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사실상의 3차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협상 재개에 전격 합의했다. 양측은 포괄적 합의를 위한 광범위한 협상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30일 단 하루 동안 벌어진 한·미 정상회담, 남·북·미 3자 정상회동, 북·미 정상회담의 대미를 장식한 소식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각각 대표를 지정해 포괄적인 협상과 합의를 하겠다고 합의했다”며 “굉장히 포괄적인 딜(거래)을 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상팀은 각급별로 다각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행정부 팀, 폼페이오 장관을 위주로 한 팀이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라며 “폼페이오 장관 주도하에 앞으로 2~3주간 실무적인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프로라는 것, 전문가라는 것을 여러분이 아실 것”이라며 “앞으로의 협상을 계속해서 비건 대표가 이끌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새로운 실무팀을 구성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과거 상대보다 새로운 상대와 더 좋은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두르면 항상 실패를 하게 된다. 속도보다 올바른 협상을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측 협상 카운터파트를 묻는 질문에는 “이미 실무자가 배정돼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북한 협상팀의 숙청설에 대해서는 “중요 담당자는 아직 생존해 있다고 알고 있다. 나머지 협상팀도 생존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이 함께 군사분계선(MDL)을 넘었을 때의 소감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MDL을) 넘어올 수 있겠느냐고 묻자 김 위원장이 ‘영광이죠’라며 넘어왔다”며 “내가 북한 땅을 밟은 것도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직접 초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언제라도 원하면 할 수 있다고 전했다”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합의가 결렬됐던 2차 북·미 정상회담 역시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은 위대한 승리였다고 김 위원장에게 말했다”며 “하노이 정상회담 같은 결과도 필요에 따라서는 우리가 감수해야 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담에 대해서는 “원래 5분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1시간 가까이 환담했다”며 “대단히 긍정적인 날이었고, 의미 있는 이벤트였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오늘 일어난 일은 대한민국뿐 아니라 북한에도 위대한 날”이라며 “전 세계를 위한 날”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앞서 회담 모두발언에서 “북과 남에는 분단의 상징이고, 나쁜 과거를 연상케 하게 되는 이런 자리(판문점)에서 오랜 적대 관계였던 두 나라가 이렇게 평화의 악수를 하는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하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훌륭한 관계가 아니라면 이런 하루만의 상봉이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런 훌륭한 관계가 남들이 예상 못하는 그런 계속 좋은 일들을 만들면서, 난관과 장애들을 극복하는 신비로운 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