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 살리고 군더더기는 쳐내고… ‘검법남녀2’ 한 단계 진화

입력 2019-07-01 21:04

장점은 살리고 군더더기는 과감히 쳐냈다. 이전 시즌에서 한 단계 진화한 모습으로 돌아온 ‘검법남녀2’(MBC·사진) 얘기다.

검법남녀는 법의관 백범(정재영)과 검사 은솔(정유미)의 공조 수사를 담은 의학 수사극이다. 첫 시즌 당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기대작은 아니었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며 마니아층을 형성했고, 최종회 9.6%(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깜짝 흥행했다.

배우들의 호연에 더해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극본과 속도감 있는 연출이 힘이 됐다. 이번 시즌은 이런 매력을 더 극대화한 모습이다.

인물들의 전사(前史)는 과감하게 생략했다. 극의 리듬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다. 사건 발생과 해결의 전 과정을 옴니버스식으로 2~3회 안에 마무리지어 집중력을 높였다. 첫 시즌에서 이질감을 자아냈던 인물들 간 멜로도 상당히 쳐냈다.

여러 방법으로 몰입을 유도하는 극본이 눈길을 끈다. 최근 이슈인 마약 범죄는 물론 유산 분쟁 등 일상적 소재들이 극을 메운다. 또 카메라 앵글 곳곳에 단서들을 뿌려놔 추리의 맛을 살렸다. 시퀀스 속 페트병 하나, 건물 간판 하나가 이후 사건 해결의 핵심 실마리가 되는 식이다.

무엇보다 극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극은 정의로움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는다. 백범은 증거 수집을 위한 부검에 병적으로 집착한다. 거짓이 넘치는 시대에 백범은 언제나 끈질긴 태도로 진실을 밝혀내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가 사건을 해결할 때 장르적 쾌감은 배가 된다. 배우 정유미가 제작발표회 당시 “요즘은 진실과 정의에 대한 갈망이 많은데, 우리 주인공들이 그런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 인물들”이라고 말했던 것과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다.

다만 냉소적인 법의관과 열정적인 검사 등 인물들의 행동이 평면적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사건이 오리무중에 빠지고 부검을 통해 진실이 밝혀진다는 얼개가 반복되는 탓도 크다. 지금까지는 시청자들의 예상 딱 반보 앞에서 스토리를 비틀며 장르적 묘미를 선사해왔다. 5%에서 8%대까지 오른 시청률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보여준다.

노도철 PD는 “시즌2가 좋은 결과를 얻어 시즌3를 할 수 있었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 바 있다.

지금껏 보여준 극본과 연출의 치밀함을 끝까지 이어간다면 MBC 첫 시즌제 드라마의 안착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