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깜짝 정상회담’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자신이 정한 비핵화 협상 시한인 ‘올해 말’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트위터 제안에 움직이는 게 격식이 떨어져 보일 수 있지만 김 위원장은 연말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고 분명한 성과가 필요한 입장이어서 제안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9일 트위터를 통해 비무장지대(DMZ) 만남을 제안했고, 이에 호응한 김 위원장을 3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4개월 만에 ‘톱다운’ 방식의 북·미 대화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깜짝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 간 심도 있는 의제 및 일정 조율은 사실상 전무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정상회담 전날 판문점에서 북측 인사와 극비 접촉한 것이 수면 위로 드러난 전부다. 그만큼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못 박은 ‘올해 말’이라는 시한 전에 성과를 내기 위해 준비 없이 다급하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북·미 비핵화 협상은 일정 수준의 합의안을 여름까지 도출하고, 가을에 본격 이행돼야 연말 시한에 맞출 수 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정한 시한인 연말까지 성과를 내려면 지금은 움직여야 하는 시점”이라며 “비핵화 협상에서 변화의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민 손을 김 위원장이 덥석 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은 북·미 대화에서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움직인 것”이라며 “이번 만남으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신뢰 관계를 과시하고 더욱더 두텁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노이 회담 결렬에 북한 주민들은 실망감을 가졌는데 이번 깜짝 회동을 보고 새로운 희망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