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여름철 가정용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기로 결정하자 후폭풍이 거세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포퓰리즘식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나섰고 한전 소액주주들은 소송전을 예고했다.
한전은 지난 28일 한전아트센터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전기요금 주택용 누진제 기본공급약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누진 체계는 유지하되 여름철(7~8월)에만 구간을 늘리는 안이다. 이 안에 따르면 여름철 전기 1㎾h당 가격이 1단계(93.3원)에서 2단계(187.9원)로 오르는 기준은 기존 201㎾h에서 301㎾h로 늘어난다. 2단계에서 3단계(280.6원)로 오르는 지점은 401㎾h에서 451㎾h로 바뀐다. 1629만 가구가 각각 월 1만142원씩, 총 2847억원의 할인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한전 이사회는 손실 보전 문제를 이유로 개편안을 한 차례 보류했으나 결국 정부의 요구에 백기를 든 모양새가 됐다.
누진제 개편안에 따른 추가 손실 보전 방안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한전 관계자는 30일 “이사회 결정에 대해 1일 한국거래소 공시를 통해 세부 사항을 밝힐 예정”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한전의 영업손실을 보전키로 확약을 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국가재정으로 전기요금을 충당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서비스는 사용한 사람이 오롯이 그 부담을 져야 하는데 국가재정으로 전기요금을 충당한다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며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정부 기조와 맞지도 않을뿐더러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전기에너지를 더 많이 쓰라고 부추기는 식은 결코 옳은 정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들도 포퓰리즘이라고 반발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장은 “석탄 발전을 부추기는 정책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세우고, 석탄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등에 수반되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 에너지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전의 설비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는 점도 지적됐다. 장길수 고려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한전이 긴축경영을 할 경우 정상적으로 해야 할 설비투자를 축소할 수밖에 없고, 정전이나 설비 오작동의 확률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이번 개편안에 따라 추가 손실이 불가피한 만큼 한전 경영진을 직무유기와 배임 등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이미 1분기에만 6299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