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의 사상 첫 판문점 회동이 30일 성사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트럼프 길들이기’가 성공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지난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결렬 이후 줄곧 미국의 ‘셈법 변화’를 요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음에도 사실상 미국과의 3차 정상회담을 4개월 만에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상당히 강경한 대미 스탠스를 이어 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며 추가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 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며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미국으로부터 원하는 반응이 나오지 않자 지난 5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보다 적극적인 도발에 나섰다. 이달에는 당국자 명의 담화를 통해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동시에 미국의 북핵 협상을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교체를 요구하는 등 좀처럼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북한은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개인적 신뢰 관계가 매우 돈독하다는 사실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을 계기로 친서를 보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에 회신하면서 대화의 문을 열어놓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재선 레이스를 앞두고 상황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상황을 북한이 정확하게 공략한 것”이라며 “특히 지난달 북한이 두 차례 강행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아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재선을 앞두고 중국과 이란 문제 등 산적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 문제를 빨리 털어야 하는 미국과 북한을 무역 분쟁의 지렛대로 이용하려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을 뿐”이라며 “북한이 잘해서가 아니라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