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은 순한 암?… ‘미분화 갑상선암’은 치명적

입력 2019-07-01 19:28
갑상선암은 목 중앙 툭 튀어나온 부위에 생긴 암이다. 대부분 예후가 좋지만 소수의 미분화갑상선암은 늦게 발견할 경우 생존율이 매우 낮다. 서울대병원 제공

갑상선암은 ‘순한 암’으로 알려져 있지만 모두 다 그런 건 아니다. 전체 갑상선암의 90~95%를 차지하는 ‘분화 갑상선암(유두암, 여포암 등)’은 예후가 좋은 편에 속하지만, 1% 미만의 ‘미분화 갑상선암’의 경우 발견이 늦으면 평균 생존기간이 1년이 채 안될 정도로 치명적이다.

주변 장기와 림프절로 전이가 빨라 예후가 매우 나쁘고 암 전체가 미분화암으로 악화되면 5년 생존율은 14%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일찍 발견해 일부만 미분화한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80%를 훌쩍 넘는다.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나쁜 암’이지만 조기 진단해 치료하면 생존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의료진이 이런 미분화 갑상선암을 일찍 발견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냈다.

서울대 의대 서정선·박영주 교수와 유전체분석기업 마크로젠 유승근 박사 공동연구팀은 미분화 갑상선암 조기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표지자) 발굴에 대한 연구성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팀은 갑상선암 환자 113명의 DNA와 25명의 RNA를 대상으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을 시행했다. 그 결과 갑상선암 세포의 암 억제 유전자(TP53, CDKN2A 등)에 변이가 있는 경우 미분화 갑상선암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CDKN2A 유전자 결실은 미분화 갑상선암 환자의 22%에서 나타날 정도로 연관성이 컸다. 특히 이 유전자가 만드는 p16 단백질 발현이 감소하면 갑상선암 예후가 더 나빠져 치료 후 생존율도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영주 교수는 “CDKN2A 유전자에 결실이 있는 경우 미분화 갑상선암 위험도는 6.67배 상승했고, 이 유전자가 생성하는 p16 단백질 발현까지 떨어지는 경우 위험도는 35.25배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서정선 교수는 “환자 개인의 유전 정보 분석을 통해 예후가 좋지 않은 미분화 갑상선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생존율 향상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