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으면 미국 기업이 화웨이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제재 완화를 시사했다. 최근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 제재로 인해 매출 감소를 호소하는 상황인 만큼 자국 기업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미국의 제재로 가장 큰 어려움에 빠진 건 화웨이지만 그동안 화웨이와 거래해 온 미국 기업들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전 세계 IT업계에서 화웨이가 무시할 수 없는 ‘큰 손’이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한 해에 미국 기업으로부터 사들이는 부품은 약 110억 달러(12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가 계속되면 미국 IT 기업 상당수가 실적 하락을 겪을 상황이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인텔, 마이크론 등 미국 주요 IT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 결정 이후에도 ‘우회 전략’으로 화웨이에 제품을 수출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화웨이로 수출이 금지된 것은 ‘미국 제조’ 라벨이 붙은 경우에 한정되는데, 제3국에서 제조하는 방식으로 우회해 화웨이에 수출을 해왔다는 것이다. NYT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제재를 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가안보를 전제로 판매 금지를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 지금 상황과 달라지는 게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가 없다고 판단되면 지금도 화웨이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중국과 무역협상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나온 ‘립 서비스’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올해 6월 공개한 신형 맥 프로 생산을 미국이 아닌 중국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대만 콴타 컴퓨터와 맥 프로 생산 계약을 맺고 중국 상하이 인근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 예정이다. 맥 프로는 애플 제품 중 최상위 컴퓨터 제품으로 수요가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중국으로 생산지를 이전하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애플은 “완제품 조립은 여러 과정 중 하나일 뿐”이라며 “애플은 지난해 9000개의 미국 공급업체의 부품 600억 달러가량을 구매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컨설팅기업 D.A 데이비슨의 톰 포르테 분석가는 “애플은 미국과 중국이 무역분쟁을 가까운 시일 내에 해결할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