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깜짝 만남이 성사된 배경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역할이 있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시 주석은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화웨이 제재 완화와 미·중 무역전쟁 휴전 등의 성과를 얻었다. 그 반대급부로 시 주석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활용해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열어줬을 가능성이 있다. 시 주석이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북·미 중재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CNN은 29일(현지시간) “(북·미·중) 정상은 상호 의존적인 외교적 삼각관계를 맺고 있다”며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목표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을 지렛대로 이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을 가져다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CNN은 그러면서 “북한과 미국 간 중재자 역할로서는 문 대통령이 퇴장(out)하고 시 주석이 입장(in)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지난 20~21일 취임 후 처음 북한을 방문하면서 비핵화 협상에 개입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했다. 중국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한반도 대화 국면에서 뒷전으로 밀려왔다. 김 위원장이 네 차례 중국을 방문하면서 ‘혈맹’을 존중한다는 제스처는 취했지만 남·북·미 위주의 협상 국면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협상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견제해 왔다.
상황이 바뀐 것은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 국면이 장기화되면서다.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미국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데 이어 북·미 간 중재 역할을 자임해온 남한을 격렬히 비난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첫 방북 카드를 꺼내듦으로써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동력 확보를 위해 중국이 직접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기적으로 G20 정상회의에서의 미·중 정상회담을 일주일 남짓 앞두고 시 주석의 방북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G20에서 한반도 문제를 두고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시 주석이 회담장에서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시 주석은 지난 20일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지역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