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변의 형사재판 이야기] 투자금 원래 약속한 부동산에 사용 않고 다른 곳에 쓰면 횡령죄?

입력 2019-07-02 22:35
삽화=안세희 화백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동산 투자를 매우 선호합니다만 그래도 부동산 투자보다는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주로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큰 투자금이 필요하고 투자부터 회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면, 주식은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고 자금 회수가 빠르기 때문에 주식을 선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액으로 간단하게 부동산에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것이 ‘리츠’ 회사들입니다. 소위 P2P 대출중개거래 업체라고도 불리는 각종 리츠 회사들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지만 당장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차주)과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업체입니다. 최근 위에서 언급한 소액·간편 투자 등의 장점들을 내세워 여러 리츠 회사들이 성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저는 최근 P2P 대출중개거래 업체 A회사에서 일어난 사기 및 횡령 사건을 맡아 진행을 하였습니다. P2P 대출중개거래 업체가 고객들에게 거짓말을 해서 투자금을 받은 다음에 이 투자금을 원래 약속한 곳이 아닌 다른 곳에 썼다는 것이 이 사건의 요지인데, 이 사건에서는 특히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받아서 원래 약속한 투자처 부동산에 사용하지 않고 다른 곳에 쓰는 것이 사기죄 외에 별도로 횡령죄가 성립하는지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 부분이 논란이 된 것은 아직 P2P 대출중개거래 구조에 대한 법적 규율이 미비하기 때문입니다. 즉 법으로 아직 확실하게 정해놓은 바가 없어서 저희도 이 사건을 준비하면서 국회의원들의 각종 입법안, 외국 입법례 등을 광범위하게 찾아서 제출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이 사건 1심에서는 사기죄와 횡령죄가 각각 별개로 성립한다고 하였으나, 저희는 2심을 맡아 준비하면서 사기죄와 횡령죄가 별도로 성립한다고 보는 것은 P2P 대출중개거래의 구조와는 맞지 않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그림 1>

<그림 2>

P2P 대출중개거래의 구조는 일반 대부업·금융업체와는 다른 특이한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 대부업·금융업체는 투자금을 받으면 회사가 투자금을 관리하면서 자율적으로 필요한 투자처에 공급하도록 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와 투자자들 사이 자금의 흐름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그림1>

그러나 일반 대부업·금융업체와는 달리 P2P 대출중개거래 업체는 리츠 회사는 투자자와 차입자 사이에서 대출을 중개하는 역할만 담당하고 실제 입금된 투자금은 별도의 연계대부업체에 입금되었다가 차입자에게 대출이 실행되는 구조로서, 그림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림2>

이와 같이 일반 대부업·금융업체와 P2P 대출중개거래 업체의 근본적인 구조의 차이점에서 오는 특성, 즉 P2P 대출중개거래의 구조상 리츠 회사는 대출 플랫폼만을 제공할 뿐 자금 관리는 위탁업체인 연관대부업체를 통해 진행된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법리적으로 사기죄만 성립하고 횡령죄는 따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한 것입니다. 그 요지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비록 투자자들이 거짓말에 속아서 자금을 투자하더라도 이 투자금은 플랫폼 업체인 리츠 회사에 입금되지 않고 별도로 존재하는 연계대부업체에 입금되는데, 이는 그 계좌에 입금된 목적과 용도가 특정된 일시적인 임치 자금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연관 대부업체가 이 목적과 용도가 특정된 자금을 실제로 정해진 목적과 용도에 사용하기 전까지는 소유권이 여전히 투자자에게 있기 때문에 사기죄 이외에 별도로 횡령죄는 성립할 수 없게 됩니다.

물론 일반 투자자로서는 이와 같이 복잡한 리츠 회사 투자 구조를 전부 다 이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국회에서는 어서 관련된 법을 정비하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입법을 통해 보완함으로써 투자자들은 보다 안전하게 투자하고, 부동산 관련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은 보다 빠르게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입법이 필요한 부분은 소액 투자자들이 연계대부업체로 입금된 자금이 그대로 원래의 목적과 용도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자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자금 관리 절차에 대하여 명확하게 규제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플랫폼 업체(리츠 회사)와 연계된 대부업체가 플랫폼 업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서 자금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애당초 플랫폼 업체와 연계 대부업체를 분리한 것은 자금 운영을 투명하게 하고 투자금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지금은 차명 등의 방법으로 손쉽게 법망을 피해 나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계대부업체를 별도로 설립하는 방안보다는 기존 은행 시스템을 이용해서 공정성을 확보하거나 아니면 플랫폼 업체들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도록 연계 대부업체를 공동으로 설립하여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해보아야 합니다.


곽준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청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