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입력 2019-07-02 18:45

나는 매주 한 번 네일숍에 간다. 열심히 일한 나에게 베푸는 작은 선물이며 소박한 사치이다. 강연할 때 손을 많이 움직이므로 단정하게 보이기 위함이다. 젊은 관리사 겸 원장에게 손을 내어주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어떤 손님들이 가장 힘들게 하나요? 한마디로 진상(꼴불견이라 할 수 있는 행위를 하는 사람)도 있죠?”

30대 초반의 관리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아휴~ 말도 마세요. 좀 전에 나간 손님은 오실 때마다 일방적으로 잔소리를 해요. 마치 당신 자녀한테 말하듯이 말이에요. 제가 독신주의자라고 했더니 ‘결혼 안하면 안 된다’ ‘노산이면 힘들어진다’ ‘부모님들도 생각해라’ ‘요즘 젊은 애들 큰일이다’…. 말 첫머리에 꼭 ‘딸 같아서 하는 말인데’로 시작해서 끊임없이 듣기 싫은 말을 하시는 거예요. 한마디로 이런 꼰대 같은 손님이 제일 힘들어요”

“호호~ 꼰대요?”

“왜 있잖아요. 일방통행하는 분들요. 요즘 개업한 지 얼마 안 되어 정신없는데 근처 교회 원로 목사님과 성도분들이 자꾸 오셔서 큰소리로 기도를 하세요. 원치 않는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불시에 오세요. 정말 너무 속상해요.”

마치 봇물이 터진 듯 쏟아내는 그녀의 말에서 ‘꼰대’라는 두 글자가 자주 등장했다. ‘꼰대’라는 말을 찾아봤다. 이 말은 원래 주로 남자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또래 집단 내에서 남자 어른을 가리키는 은어로 쓰였으며 근래에는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만 많고 융통성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형되었다고 한다. 나이로 서열을 매기기 좋아하는 한국사회에서 꼰대가 되기가 쉽다.

인터넷에서 본 꼰대의 육하원칙은 이렇다.

내가 누군지 알아?(who), 뭘 안다고?(what), 어딜 감히(where), 내가 왕년에는(when), 어떻게 감히(how), 내가 그걸 왜?(why)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형조 교수는 “자신의 견해를 보편적인 가치로 착각하고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이 꼰대다. 꼰대가 되면 주변 사람들과 마찰을 자주 일으킨다. 자신이 생각하는 보편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기에 타인을 비난하게 된다. 하지만 진짜 적은 타인이 아니라 우리 자신 안에 있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늘 깨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꼰대 방지 5계명’이 있다.

①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②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③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④말하지 말고 듣고, 답하지 말고 물어라.

⑤존경은 권리가 아니라 성취다.

모든 인간관계에서도 사람은 각자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이 아무리 옳다고 하더라도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여유로움이 있어야 소통할 수 있다. 변화무쌍(變化無雙)한 요즘 시대에는 더더욱.

앤디 워홀이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변한다고들 하지만 자기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자랑을 내려놓고 나이를 떠나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존중하면 자신도 존경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는 꼰대가 되지 않기로 하자.

이미향 작가 <‘나는 스토리 텔링이다!’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