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공격당하면 일본은 TV로 시청만 할 것”

입력 2019-06-28 04:01
사진=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이 공격당하면 일본은 우리를 도울 의무가 전혀 없다. 소니TV로 (전쟁을) 시청할 순 있을 것”이라며 미·일 안보조약의 불공정함을 주장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안보조약 탈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발언이라 일본에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출국에 앞서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미 CNN방송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 회원국과의 양자무역협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미국에서 엄청난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운을 떼며 일본을 콕 집었다. 그는 “일본이 공격당하면 미국은 생명과 재산을 들여 세계 3차대전을 치를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이 공격당하면 일본은 우리를 도울 의무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측근과의 사적 대화에서 미·일 안보조약 폐기를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조약에 일본은 미국에 대한 군사지원 의무 내용이 없어 매우 일방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안보조약 탈퇴 검토’를 직접 확인시켜준 셈이다.

일본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정부 간 미·일 안전보장조약 재검토는 일절 없다”고 말했다고 일본 NHK방송은 전했다. 스가 장관은 “조약 제5조는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에는 미·일이 공동 대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6조는 ‘일본의 안전 등을 위해 미국에 일본의 시설 및 지역의 사용을 인정’하고 있다”며 “편무적(片務的·의무를 한쪽만 지는 것)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미국의 안보조약 탈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안보 우산’에 의존해온 일본이 안보 공백으로 군사력을 강화하면 중국도 군비경쟁에 나서 결국 미국에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홍콩의 군사 전문가 송 종핑은 “미국이 조약을 탈퇴하면 일본은 군사력 강화에 나설 것이고 이는 중국에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송은 “트럼프는 일본과의 무역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내고 싶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의 군사 전문가 콜린 코도 “(미국의 탈퇴는) 일본이 재무장에 관심을 갖게 하고 북한과 중국의 군사력 강화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