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로 취임 1년을 맞는 구광모(41·사진) LG그룹 회장은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등 그룹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년간 비주력 계열사 구조조정, 외부 인재 수혈 등으로 LG 체질 개선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룹 전체의 장기적인 미래를 그리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구 회장의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취임 후 1년 가까이 지난 최근에야 고(故) 구본무 회장의 집무실로 옮겼다. 구 회장은 취임 직후 회장 대신 대표라는 호칭을 써달라고 했다. 직원들과 허물없이 지내겠다는 의도였지만 회장이란 자리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집무실을 옮김으로써 이제는 LG그룹 회장으로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구 회장은 1년간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비핵심 사업을 정리했다. LG전자는 연료전지 사업에서 철수하고, LG디스플레이도 일반 조명 사업을 접었다. 반대로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대형 M&A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LG전자는 자동차 부품 성장동력 강화를 위해 1조4440억원을 들여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기업 ZKW를 인수했다. 정상급 산업용 로봇 업체인 ‘로보스타’ 경영권도 확보했다. 계열사들이 지난 1년간 진행한 중·대형 M&A의 총 인수금액만 1조5000억원 이상으로 파악된다.
LG화학 창립 이래 71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에서 CEO를 영입하는 파격도 선보였다. 구 회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주력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LG화학의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3M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영입해 조직 안팎을 놀라게 했다.
다만 화웨이 사태,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 등 위기상황에 대처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가 남았다. 지금까지 LG가 진행해온 사업들을 큰 틀에서 정리하는 데 그쳤고, 향후 10년을 아우르는 기업의 비전도 구체화해야 하는 시점이다. 젊은 CEO로서 구 회장만의 특징적인 경영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안팎에서는 취임 후 각 계열사나 사업 현황을 파악하느라 아직 전자, 화학, 통신 등 LG의 대표적 사업을 장기적으로 이끌어갈 방향성을 잡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지난 1년은 그룹 상황을 파악하고 준비하는 단계였다면 이제 본격적인 경영이 시작되는 시점”이라며 “하반기에는 미·중 관계나 유가변동 등 대외적 환경에 대처하는 방안과 미래 먹거리산업에 대한 구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