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대선후보 첫 TV토론… NYT “승자는 카스트로”

입력 2019-06-28 04:02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에이드리엔 아시트 공연예술센터에서 26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들의 첫 TV토론회가 열렸다. NBC방송 주최로 2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토론에는 총 20명의 후보 중 절반인 10명이 참석해 ‘반(反)트럼프’ 선명성 경쟁을 벌였다. AP뉴시스

정권 탈환을 노리는 미국 민주당이 26일(현지시간) 후보들 간 첫 TV토론을 개최하면서 대선 레이스를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8일 재선 출정식을 연 데 이어 민주당도 경선에 돌입함에 따라 내년 11월 3일 미 대선을 향한 16개월간의 대장정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첫 TV토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모두 ‘트럼프 때리기’에 주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부분 후보자들이 본선인 대선보다 예선인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진보 선명성 경쟁을 벌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지루하다(boring)”는 글을 올렸다.

민주당의 첫 TV토론은 이날 오후 9시부터 두 시간 동안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대형 공연장인 에이드리엔 아시트 센터에서 NBC방송 주최로 열렸다. 민주당의 첫 TV토론은 27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민주당에서 대선 출사표를 던진 사람은 모두 25명이다. 기준 미달로 탈락한 4명과 뒤늦게 출마 선언한 1명을 제외한 20명을 10명씩 2개조로 나눠 이틀 동안 TV토론을 여는 것이다.

첫날 TV토론에는 엘리자베스 워런·코리 부커 상원의원과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 훌리안 카스트로 전 주택도시개발 장관 등 1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경제·이민정책·의료보험·총기규제·대외정책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트럼프 저격수’를 자처하는 워런 의원은 “우리는 우리의 정부, 우리의 경제, 우리의 국가를 구조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NYT는 첫날 토론회의 승자가 당초 중위권으로 분류됐던 카스트로 전 장관이라고 평가했다. 유일한 히스패닉계 주자인 카스트로 전 장관은 미국으로 가기 위해 강을 건너다 익사한 엘살바도르 부녀 사진을 거론하면서 “가슴이 찢어진다”고 공감을 호소했다. 10명의 후보들이 2시간의 토론회에 참여하면서 일부 후보들이 다른 후보의 발언 중에 끼어드는 장면도 연출됐다.

민주당이 첫 TV토론 개최지로 플로리다주를 고른 것은 맞불 성격이 강하다. 플로리다주는 미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29명의 선거인단이 있으면서도 승패를 예상하기 힘든 접전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출정식을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자 민주당이 마이애미를 택한 것이다.

플로리다주에 히스패닉계가 많이 사는 점을 고려해 카스트로 전 장관과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자란 오로크 전 의원은 스페인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카스트로 전 장관이 “(차기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릴) 2021년 1월 20일, 우리는 트럼프에게 ‘아디오스’(스페인어로 안녕)라고 말할 것”이라고 한 것이 최고의 발언으로 꼽혔다.

27일 TV토론엔 민주당 후보 경선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뒤를 잇는 버니 샌더스·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등이 나선다. 이튿날 TV토론이 ‘메이저리그’로 평가받는 이유다.

민주당은 12차례의 TV토론을 열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선두주자가 TV토론에서 실수를 하거나 하위 후보가 선전하면 경선 판도가 뒤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TV토론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토론 중 마이크가 잠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자 “NBC는 부끄러워해야 한다”면서 “프로답지 못한 가짜뉴스 조직”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