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원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의 모임으로 1999년 시작됐지만 세계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협력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지금과 같은 정상회의로 격상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수습한 G20 정상회의는 이후 자유무역, 기후변화 등 공동과제의 대책을 논의하고 협력을 약속하는 ‘다자외교’의 주요 무대가 됐다.
하지만 G20 정상회의는 이제 다자외교보다는 회원국마다 각자 도생을 위해 추진하는 양자회담에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정상회의가 원론적인 이야기에 머무르는 데다 그 논의마저 회원국들이 자국 이익을 위해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회원국에 독재 및 왕정 국가들도 포함돼 있어 타협도 어렵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은 G20 정상회의의 성격을 바꿔놓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실례로 지난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의가 폐막과 함께 내놓은 공동성명에서는 ‘보호무역 반대’라는 명시적 문구가 빠졌다. 2008년 출범 이후 10년간 공동성명에서 빠지지 않았던 문구가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자유무역 촉진’으로 후퇴한 것이다. 올해도 공동성명 문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자유무역 촉진’에서 정리됐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G20 회원국은 이제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다자간 합의보다는 각자 도생을 위해 양국 간 정상회담에 더욱 관심을 갖고 있다. 미국이 다자간 합의에 냉담한 상황에서 다른 회원국들도 미국을 따라가는 것이다. 올해 G20 정상회의에서도 디지털 무역, 신흥국 융자, 환경문제 등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과 이란·북한의 군사갈등 등 악재가 가득한 상황에서 각국은 자국이 우선하는 과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올해 G20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이다. 이외에 북한 비핵화 등 동아시아 정세와 관련한 한·중, 일·중 등의 양자회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