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올해 2, 3분기(4~9월) 신규 채용 규모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0%나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동안 채용 인원을 늘려온 대기업들도 올해는 채용 인원을 축소해 하반기 취업시장 한파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27일 ‘2019년 상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부는 전국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3만2000곳을 조사했다. 고용부는 구인·채용 인원을 1년에 2회 조사한다.
조사에 따르면 올해 2, 3분기 채용계획 인원은 25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1만4000명)에 비해 20.0%나 감소했다. 최근 4년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2016년 같은 기간 채용계획 인원은 31만2000명이었다. 2017년 기업이 채용하려던 인원은 30만8000명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지난해에는 31만4000명으로 조금 늘었다.
규모별로 살펴보면 올 2, 3분기엔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채용계획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인 300인 미만 사업체의 채용계획은 22만명으로 전년 동기(28만1000명) 대비 21.8% 줄었다. 300인 이상 사업체도 3만1000명으로 전년 동기(3만3000명)보다 5.0% 줄었다. 지난 하반기 조사 때는 중소기업은 채용계획을 5.1% 줄였지만 대기업은 14.5%나 늘렸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선 안정적이고 양질의 일자리로 인식되던 대기업도 허리띠를 졸라맸다.
올 4월 기준으로 사업체의 채용여부·채용계획과 무관하게 현재 조건에서 더 필요한 인원을 뜻하는 ‘부족인원’도 23만5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만1000명(20.5%) 감소했다. 기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인원도 줄었다는 의미다.
다만 현재 근로자들은 주52시간제 시행 효과로 초과근로시간이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4월 기준으로 300인 이상 사업체 중 초과근로시간 상위 5개 업종의 1인당 초과근로시간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7.2시간 줄었다. 전체 산업 중에서 초과근로시간이 많은 편인 식료품·제조업은 같은 기간 무려 12.1시간이나 감소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체를 대상으로 주52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다. 다음 달 1일부터는 특례제외 21개 업종에 대해서도 주52시간제가 시행된다. 이렇게 되면 이들 산업에서 초과근로시간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특례제외 업종은 보관·창고업, 금융업, 방송업, 노선여객자동차운송사업 등이 해당한다.
근로자 임금도 소폭 올랐다. 올 4월 1인 이상 사업체 전체 근로자 1인당 임금총액은 330만5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1%(12만9000원) 올랐다. 상용근로자 월급은 350만40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4.0% 올랐고, 임시일용근로자도 151만50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월 8만6000원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