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 돈까지 투자했습니다. 다들 대출받았죠. 하루하루가 참혹합니다.”(A목사)
“2억원을 투자했어요. 죽지 못해 삽니다. 같이 투자했던 교인 중 3명이 최근 스트레스로 지병이 악화돼 세상을 떠났어요.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전 우리중앙교회 교인 B씨)
2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기 사건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에 빠져 있었다. 그들은 제대로 된 배상도 받지 못한 채 고액 채무를 갚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스트레스로 병을 얻은 피해자들은 최근 잇따라 사망했다. 이들은 모두 복음과경제연구소를 운영하던 박영균 목사가 저지른 사기 사건 피해자들이다.
투자금 명목으로 197억여원을 불법으로 모은 박 목사는 유사수신행위 및 사기 혐의로 2017년 2월 구속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가 인정돼 추가 6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피해자 대부분은 박 목사가 사역하던 서울 강남구 우리중앙교회 교인들이었다. 한 대형교단의 원로목사 상당수도 투자 행렬에 가세했다. 2010년 1월 복음과경제연구소를 설립한 박 목사는 구속 직전까지 욕망의 바벨탑을 쌓았다.
그는 하나님의 계시로 주식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린다고 홍보했다. 10년 만기식 연금 상품이 가장 많이 팔렸다. 이 상품은 10년 동안 매달 4%의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시 원금의 50%를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박 목사의 주장대로면 투자금의 5배를 손에 쥘 수 있다.
매달 나오는 수익에 눈이 먼 투자자들은 점점 더 많은 돈을 맡겼다. 20억원을 투자한 목회자까지 있었다. 하지만 박 목사의 수익률은 마이너스였다. 그는 다른 투자자가 맡긴 투자금을 수익이라며 배분했다. 전형적인 ‘돌려막기’ 수법이었다.
투자자 C씨는 27일 “목사와 교인이라는 특수관계를 악용했다”면서 “평소 신뢰관계를 이용해 투자자를 모집했다”고 했다. D목사도 “신뢰와 신앙 공동체인 교회가 의외로 이런 형태의 금융사기에 취약한 부분이 있다”면서 “교회에선 복음 외에 다른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이런 금융 사기를 막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밝혔다.
교인이 연루된 투자 사기 사건은 실제 빈번하게 일어난다. 2017년 7월, 대구 사기 사건도 큰 후유증을 남겼다. 한 집사가 병원 수익사업 투자자를 모집한다며 벌인 사기였다. 서울 동대문구 한 교회에서도 10여년 전 유사한 사건이 벌어져 원로목사까지 피해를 봤다.
이의용 교회문화연구소장(국민대 교수)은 “신앙인은 성실히 일하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구해야 하는 만큼 지나친 고수익의 유혹에 빠져선 안 된다”면서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는다는 야고보서의 말씀을 경제생활의 기준으로 삼으라”고 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