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헬스케어’ 서비스… 신분증 없어도 은행 창구 거래 가능

입력 2019-06-27 19:35

보험사는 보험 가입자가 아프지 않아야 돈을 번다. 고객이 건강해야 보험료 지급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제는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에게 건강관리(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고객은 자신의 신체 상태를 점검받으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액을 줄일 수 있는 ‘윈-윈’ 형태의 서비스다.

또 은행 창구에서 신분증 대신 생체인증으로 금융거래를 하고, 법인이나 미성년자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은행 계좌를 열 수 있게 된다. 인공지능(AI) 스피커 등을 이용한 개인 인증이나 금융거래도 더욱 활성화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규제혁신 검토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그동안 핀테크 혁신의 ‘걸림돌’로 지적되던 규제혁신 건의 항목 188건을 검토해 150건(79.8%)을 받아들였다. 금융 당국은 이번에 수용되지 않은 규제개선 항목(38건)도 관련 부처 논의를 거쳐 중장기 과제로 분류·검토하기로 했다.

우선 보험사가 고객에게 간단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미 해외에서는 핀테크 기업이 보험사, 의료기관과 손을 잡고 보험 가입자의 혈압·혈당이나 비만 여부 등을 측정해 건강 상태를 알려주고 운동을 독려하는 서비스가 활발하게 등장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보험사가 고객에게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근거가 모호했다. 보험 가입자의 질병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비의료기관도 건강한 사람은 물론 비만, 고혈압·당뇨병 환자에게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내년 신용정보법 개정 시점에 따라 ‘건강증진형’ 보험 상품도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인증을 통한 금융거래도 활성화된다. 그동안 은행 영업점에서 거래하려면 실명 확인을 위해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이 필요했다. 이제는 처음 한 번만 실명 확인을 하고 생체 정보를 등록한 고객은 신분증 없이도 해외 송금 등의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 다만 새 계좌를 만들거나 100만원 이상 송금 시에는 추가 신분 확인을 해야 한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 상황에 따라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AI, 홍채·지문 등을 활용한 인증 서비스의 보안 기준도 마련된다. 현재 AI 스피커 등을 통해 숫자 4자리나 “결제할게”라는 문구를 말하면 간편결제 서비스 등으로 대금을 결제할 수 있다. 단 이런 인증 방식에 대한 보안 기준 등이 없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지 못했다. 이에 금융 당국은 ‘관계기관 합동 가이드라인’을 올 하반기까지 만들기로 했다.

여기에다 법인이나 미성년자도 비대면 방식으로 은행 계좌개설이 가능해진다. 기존에는 미성년자는 법정 대리인이, 법인은 대표자가 지정한 대리인이 은행에 직접 가서 계좌를 만들어야 했다. 앞으로는 영업점에 가지 않아도 자녀나 회사 통장을 만들 수 있다. 금융 당국은 하반기까지 ‘비대면 실명확인 가이드라인’을 개정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투자일임계약을 체결할 때 영상통화 외에 다른 비대면 설명 방식도 허용키로 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주요 글로벌 핀테크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국내에서 수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핀테크 업계 건의사항을 수렴해 규제 혁신 속도를 끌어올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