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교사로 뛰어든 나는 같이 일할 수 있는 남편을 만나 얼마 후 학원을 인수했다. 일취월장 성장한 학원은 곧 인수비용을 다 갚았고,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시설 확장에 음악학원까지 인수하며 사업은 날로 번창했다. 다른 사람들은 IMF라 다 힘들어했지만 우리 통장에는 돈이 나날이 늘어나고 30대 중반에 아파트 두 채와 자동차 두 대를 현금으로 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서서히 힘들고 지치기 시작했다. 7시 출근, 차량 운행, 쉴 틈 없는 수업에다 시험기간에는 밤늦게까지 연장수업도 했다. 각종 학원행사에 밤을 꼬박 새우고 집안일까지 겹치자 돈도, 일도 다 싫어졌다. 그러다 보니 성취의욕과 돈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 남편과 늘 갈등을 빚었다. 어느 날 만삭인 상태로 밤 12시까지 일하는데 “도대체 당신이 할 줄 아는 게 뭐야? 어느 학원은 부인이 내조를 잘해서 학원생이 엄청 늘었다던데”라는 남편의 말에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공교롭게 학원을 옮기는 아이들, 예고 없는 결근과 그만두는 교사들, 예상치 못한 안전사고 발생 등으로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며 ‘모든 문제를 해결하실 하나님은 정말 존재하실까?’ 하는 고민을 하며 집 근처 교회에 가서 “하나님 정말 살아계십니까?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면 도와주세요”라며 부르짖었다. 그때 마침 우리 가정을 위해 6개월간 기도했다는 어느 선생님을 만나 한마음교회에 갔다. 뜨거운 찬양, 성도들의 기쁨에 찬 모습은 다른 세상 같았다. 목사님은 큰 확신으로 부활을 선포하셨고, 나는 요한복음을 읽으며 ‘예수님이 누구신가?’에 집중했다.
어느 날 출근하는데 ‘내가 부활이요 생명이니, 인자의 이전 있던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볼 것 같으면 어찌하려느냐’는 말씀이 딱 떠오르며 바로 부활과 연결되었다. 구약의 예언대로 이 땅에 오신 그분을 하나님으로 믿을 수 있는 증거는 오직 부활의 표적밖에 없음이 정확히 비쳤다. 그동안 들었던 말씀과 요한복음 말씀이 모두 생각나며 탄성이 나왔다.
그동안 예수님을 믿는다고 했지만 나의 주인으로 믿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는 바로 꼬꾸라졌다. 내 마음의 욕심 때문에 넓은 집과 사업체를 가져도 만족하지 못하고 예수님 안의 기쁨과 평강을 누리지 못했던 것이다. 하나님의 그 크신 사랑 앞에 나는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지 않았던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영접했다.
그때부터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도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남편의 상황과 관계없이 주께 대하듯 섬겼다. 남편도 예수님을 영접하고 사업과 복음의 동역자로 달려가고 있다. 학원 아이들도 성적에 앞서 수시로 복음을 전해 많은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교회에도 오고 함께 예배도 드린다.
그러다 2년 전 내 인생에 가장 큰 일과 직면했다. 유방암 2기 판정을 받았다. 의사가 암이라고 했지만 놀랍게도 조금의 두려움이나 흔들림이 없었다. 하나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시고 마음을 지켜주셨기 때문이다. 힘든 수술과 항암부작용으로 혈뇨에, 마음대로 먹을 수도 없고, 열이 올라 무균실에 있을 때에도 하나님께서 마음을 지켜주셨다. 항암주사 치료 중 쇼크사가 올 수 있다는 말에도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라”는 빌립보서 4장 말씀으로 평강을 주셨다. 치료과정 모두가 진정한 예배이고 주님과의 동행이었다.
수술 후 병원에 있을 때 암에 걸린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해 예수님을 영접시켰다. 무거운 마음으로 나를 위로하러 왔던 불교이신 친척 형님도, 신앙이 없는 시아주버님도 내 모습에 너무 놀라워했다. 지금도 육체적 고통은 따르지만 주님이 주시는 평강 속에 기쁜 마음으로 치료를 받는다. 하나님께서는 암이라는 선물을 통해 죽음을 이기는 복음을 나를 통해 드러내고 계신다. 암 투병 중에도 아무런 염려 없이 기쁘고 자유로운 삶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박청미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