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사유하고 준비할 때 ‘바람직한 죽음’에 가까이

입력 2019-06-28 00:30

천국 소망을 품고 살아가는 기독교인에게도 ‘죽음을 직면하는 순간’은 늘 어렵다. 예기치 않게 찾아온 죽음 앞에서 사람들은 슬퍼하고 좌절하며 하나님을 원망한다. 그 자체로 비극인 ‘어린이의 죽음’은 사람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다. 미리 죽음을 선고받고 준비했다 해도 최후의 순간은 두렵기 마련이다. 내 삶의 마지막이 ‘바람직한 죽음(Good Death)’이 될 수 있을까. 미리 생각하고 철저히 준비하지 않는 한 이뤄지기 어려운 바람이다. 죽음에 대해 미리 사유하고,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 세 권을 소개한다.


▒ 죽음 앞에 의연했던 한 청년… 가족들의 슬픔도 어느새 희망으로
왜 울어? 난 괜찮아/이동성 목사 지음/나침반


아들은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어머니는 고개를 떨궜다. 그의 눈동자는 자식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한 채 방향을 잃었다. 미켈란젤로의 조각 ‘피에타’는 자식을 잃은 어미의 고통을 표현한 걸작이다.

저자의 고통도 다르지 않았다. 2015년 7월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한 장례식장에서 막내아들 앤드루 리(한국명 이웅)와 영원한 이별을 했다. 앤드루의 투병은 2011년 6월 시작됐다. 같은 해 5월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캠퍼스를 졸업한 뒤 실리콘밸리의 한 기업에 입사 서류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며칠 동안 이어진 고열로 병원을 찾은 앤드루에게 의사는 급성골수성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가족들은 절망했다. 하지만 정작 앤드루는 슬퍼하지 않았다. 평소에도 ‘스마일 보이’로 불리던 그였다. 어느 날 앤드루는 병상에 ‘애인이 없어요. 연락 주세요’라는 문구를 적어 주변에 큰 웃음을 줬다(사진). 슬퍼하는 이들에겐 기쁨을 전했다. 병상에서 복음도 전했다. 사랑만 남기고 떠난 그는 희망 전도사로 기억되고 있다.

가족들의 슬픔도 어느새 희망으로 바뀌었다. 아버지 이 목사는 아들 앤드루가 남긴 말처럼 ‘울지 말라’고 독자들에게 당부하지만, 눈시울이 젖지 않을 수 없다. 죽음 앞에 의연했던 한 청년이 전한 희망에 대한 감사의 눈물이다.

책엔 하나님에 대한 감사도 담겨있다. 자식의 죽음 앞에서 새어 나오는 감사는 신앙의 위대함을 엿보게 한다. 저자는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라는 전도서 3장 1~2절의 말씀을 인용한다. 주님의 뜻대로, 정해진 기한대로 살다 하나님 곁으로 돌아갔다는 의미다.

미국 캘리포니아 상항서머나교회에서 사역 중인 저자는 26일 “아들이 떠나면서 남긴 희망의 메시지가 무척 아름다웠다”면서 “마지막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던 아들의 삶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 책을 썼다”고 했다. 그는 “이 책이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 참척, 그 절절한 아픔… 죽음 교육의 바탕이 돼
어린이와 죽음/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오혜련 옮김/샘솟는기쁨


참척(慘慽).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는 의미의 이 단어엔 세상에서 가장 큰 상실의 아픔이 담겨 있다. 뜻하지 못한 사고로, 극단적 선택의 결과로, 불치병 등으로 자녀를 떠나보내는 이들이 적잖다. 그럼에도 한국사회에서는 어린이의 죽음, 자녀와의 사별 등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저자는 전세계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이자, 죽음 문제의 권위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다. ‘인생수업’ 등의 저서로 유명한 저자가 10년간 죽어가는 어린이와 가족들을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펴냈다. 1983년 발간된 저자의 초창기 저작으로, 다양한 사례와 진솔하면서도 절절한 고백과 증언을 만날 수 있다.

1991년 김옥라 각당복지재단 명예이사장이 남편과 갑작스레 사별한 뒤 만든 모임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에선 이 책의 원서로 죽음 교육을 해 왔다. 오혜련 각당복지재단 상임이사가 이를 번역해 출간하면서 독자들과 만나게 됐다.

김나래 기자narae@kmib.co.kr


▒ 호스피스 경험 토대로 풀어낸 노화, 그리고 죽음
아름다운 안녕/매럴린 매킨타이어 지음/오현미 옮김/이레서원


사람들은 아픈 사람과 함께 살게 됐을 때야 비로소 깨닫는다. 한 사람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다양한 난관과 드라마틱한 과정을 겪는지. 안타깝게도 그런 일을 몸소 겪기 전에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평생 호스피스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무수한 작별을 목격해온 저자가 1인칭으로 노화와 죽음에 대해 써내려간 책이다. 그 과정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그 순간 직면하는 실존의 문제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적었다. 영문학자이자 의료인문학을 가르쳐온 교수로서의 통찰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저자는 “바람직한 죽음이란 회개하고 고백하며 내가 해를 끼친 사람에게 피해를 변상하고 하나님과 화해할 기회를 갖는 죽음을 뜻한다”며 “바람직한 죽음을 위해 기도하고 이를 준비하는 관행이 요즘은 도외시되지만, 이는 되찾을 만한 가치가 있는 관행”이라고 말한다. 아름다운 안녕을 준비해야 할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간병인, 의료진, 목회자들도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