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택 목사 크리스천의 생존] 갓난 아들 운명을 하나님께 맡긴 엄마… 그래서 모세는 살았다

입력 2019-06-28 00:09
대구동부교회 권사 임직자들이 2017년 10월 임직식에서 어머니의 심정으로 교인들을 돌볼 것을 다짐하며 기도하고 있다. 대구동부교회 제공

앞에 큰 장애물이 버티고 있어서 도저히 나아갈 수 없을 때 우리는 낙심한다. 이때 많은 사람이 자포자기해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하나님은 하나님의 백성이 살 수 있는 길을 얼마든지 준비해 놓고 계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실의 장벽이 아무리 높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해도 낙심하지 말고 하나님께 꾸준히 기도해야 한다.

요즘 한국 사회 전체는 짙은 안개가 덮여 있어서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형편이다. 청년들은 하나같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낙심하고 취업과 결혼의 벽이 너무 높다고 한다. 이때 우리는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매달려야 한다.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노예로 비참하게 살고 있을 때 일이다. 애굽왕은 이스라엘 백성의 인구를 강제로 줄이기 위해 남자 아기를 낳으면 무조건 나일강에 던져서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스라엘 자손 중에 아들로 태어난다는 것은 출생 자체가 죽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믿음 좋은 레위 지파 부부가 그만 아들을 낳게 됐다. 신고하지 않고 몰래 키우다 들키면 식구들이 몰살당하는 상황이었다. 엄마는 아기를 버려야 할까. 엄마도 살고 아기도 살 방법은 없을까. 이제 엄마가 결정해야 할 순간이 왔다. 엄마는 밤마다 울면서 하나님께 아기를 살려 달라고 부르짖었다.

그때 엄마의 마음속에 지혜가 떠올랐다. 아기를 애굽인에게 주어서 아기가 살 수만 있다면 죽임을 당하는 것보다 훨씬 낫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기를 살리기 위해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역설적이게도 아기를 포기하는 것이었다.

요즘 우리나라에 환란과 심판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집중적으로 기도해야 한다. 그 기도 내용은 내가 지금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여쭙는 것이다. 만약 큰 환란이 닥치고 난 후에 기도한다면 결국 수습은 되겠지만 그 피해는 엄청날 것이다.

아직 시간이 있다고 하면서 할 것 다 하고 누릴 것 다 누리다가 나중에 일이 생기면 기도하겠다는 것은 자포자기와 같다. 지금 시간이 있을 때 내가 버려야 할 고집이 무엇이며, 포기해야 할 욕심이 무엇인지 알려 달라고 뜨겁게 기도해야 한다. 그때 하나님은 우리를 가치 있게 보시고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시며 우리에게 가까이 오신다.

내가 끝까지 버리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님 앞에 여쭙는 기도를 드려야 한다. 그러면 하나님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 주실 것이다.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소통이 시작되는 것이다.

엄마는 아기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기를 애굽인에게 주어서 애굽인의 자녀로 키우게 하는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여기서 엄마에게 다시 믿음이 필요했다. 아기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엄마는 아기를 갈대상자에 넣어 애굽 공주나 귀족 부인들이 자주 와서 목욕하는 강가에 떠내려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 엄마는 아기의 누나인 미리암에게 망을 보게 했다. 여기까지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 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이제부터는 오직 하나님의 영역이다.

엄마는 아기를 바구니에 넣어 떠나보내고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아마 죽으라고 기도했을 것이다. 제발 우리가, 아기가 살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기도했을 것이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틀림이 없다. 이때 놀랍게도 바로의 무남독녀가 시녀들과 강가에 목욕하러 왔다. 시녀들이 아기가 들어있는 상자를 가져왔고 손가락을 빨고 있는 아기를 보고 공주의 마음속엔 말할 수 없는 모성애가 일어났다. 귀엽고 예쁜 아기를 보며 공주의 마음속엔 이스라엘 백성의 남자 아기는 죽여야 한다는 아버지의 명령과 아기를 키우고 싶은 모성애가 싸웠을 것이다. 공주는 결국 아기 이름을 모세라 짓고 아기 엄마에게 도로 아들을 주면서 “젖을 뗄 때까지 건강하게 키워야 한다”며 삯까지 줬다.

아기를 다시 찾은 엄마는 모세가 젖을 뗄 때까지 구전으로 내려오던 하나님의 말씀을 반복해서 들려줬다. 모세는 아기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천지창조와 아브라함 이야기, 야곱과 요셉의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이를 성경으로 기록한다.

모세는 젖을 뗀 후 바로의 왕궁에 들어가 세상의 삶을 살았다. 그것까지 엄마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모세의 마음속에는 애굽의 모든 영화로 바꿀 수 없는, 하나님의 백성에 대한 갈망이 언제나 자리 잡고 있었다. 연어가 아무리 먼 바다에 가서 살더라도 때가 되면 처음 자신이 부화된 곳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돌아오게 된다.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위대한 능력과 축복이 있다. 미래의 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기도할 때다. 이때는 고집과 탐욕을 깨닫고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쓸데없는 자존심과 하나님의 뜻으로 포장된 욕심을 다 버리고 하나님의 길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줄기차게 기도해야 한다. 그러면 신실하신 하나님은 틀림없이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실 것이다.

김서택 목사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