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경기도시공사] ‘공정·고객·혁신 경영’… 새 임대주택 모델 수립에 역량 집중

입력 2019-06-27 21:09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신도시의 야경. 광교신도시는 경기도시공사가 지방공기업 최초로 조성한 신도시다. 경기도시공사 제공

1997년 창립해 올해로 22년을 맞는 경기도시공사에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공사가 도민 주거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며 ‘새로운 임대주택 모델’을 수립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을 정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 중심의 과감한 조직 혁신을 들고 나왔다.

제11대 경기도시공사 사장으로 2월 25일 취임한 이헌욱 사장은 흐트러진 조직을 정비하고, 취임 120일에 즈음한 최근 공사가 새롭게 나아갈 청사진을 마련했다.

먼저 앞으로의 공사 신경영방향을 ‘공정·고객·혁신경영’으로 정했다. 주택·토지의 개발이익이 소수에게 독점되지 않게 하고, 서민·중산층의 주거 안정화와 직주근접(자족도시)의 일자리 창출 기반 조성에 집중하겠다는 게 공정경영이다. 고객경영은 사회적 기업 등 사회적 경제주체와 상생협력을 통해 도민들에게 최고 수준의 주거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 요구를 깊이 천착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고객 최우선 경영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자율·혁신능력 제고를 통해 성과중심의 조직으로 거듭나고, 과거 성과는 창조적으로 계승하되 관성에서 탈피해 외부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혁신조직으로 변모하겠다는 의지는 혁신경영에 담았다.

이 같은 신경영방향을 추진하기 위한 전략으로는 획기적인 주택 공급 능력 확충·일자리 창출 기반 조성·책임감 있는 혁신조직 구축을 표방했다.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중점사업은 새로운 임대주택 모델 수립·4만1000가구 임대주택 성공적 공급·3기 신도시 주도적 사업 참여·도시재생사업·스마트시티 추진과 적용으로 정했다.

태풍의 눈은 뭐니뭐니해도 “중산층과 서민도 빚지지 않고 살 수 있는 주거환경을 마련하는 공공서비스 기관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새로운 임대주택 모델이다. 공사 관계자는 27일 추진배경에 대해 “주택보급율이 100%를 초과하나 특정계층의 소유 집중, 높은 주택가격 등을 이유로 자가 거주가구는 전체의 50%수준에 불과하다는데 있다”고 했다. 임대가구의 대부분이 민간임대주택 시장에 주로 의존, 공공임대주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높고 거주안정성이 낮아 주거불안 야기되는데다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 젊은계층은 새롭게 가구를 구성해야 하나 대체로 소득수준이 낮고 재산형성의 초기에 있어 공공의 임대주택 공급이 필연적이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다 설상가상으로 198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공급된 공공임대주택이 지난해 약 150만 가구에 이르나 주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공급됨에 따라 저소득층 집단거주지라는 부정적 인식이 만연돼 있어, 이를 해소해야 할 의무가 공사에 있다.

경기도시공사 사옥. 경기도시공사 제공

경기도시공사가 여기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공사는 주거문제의 해소와 보편적 주거복지의 실현을 위해 소득수준별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공공임대주택과 차별되는 새로운 임대주택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각오다. 주로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을 공공에서 공급·운영해 임대주택이 보편적 주거문화로써 주택 점유형태의 주류가 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야심찬 출발점에 섰다.

방안은 기존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는 우수한 품질의 주거공간과 공공육아쉼터·집안 청소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할 뿐 아니라 20년 이상 장기간 임대가 가능해 거주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경기도형 임대주택 모델 구축키로 했다.

이른바 대형 분양사를 상대로 최대한 적은 이윤을 얻는 대신에 약 80% 수준의 임대료로 아파트를 임대하는 방식의 도전장을 낸 셈이다.

이를 위해 공사는 5월 새로운 임대주택 모델 수립을 위한 ‘사회주택사업단(TFT)’을 발족했다. 이 사장은 “분양시장에 새롭게 또 하나의 선택지를 내놓아 선택을 받겠다”면서 “임기 동안 적어도 1곳 정도는 선을 보여 평가를 받고, 5곳 정도는 진행시키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재명 지사의 억강부약(抑强扶弱·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줌) 도정철학에 부응, 획기적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해 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공사는 3기 신도시 사업으로 확보되는 도의 주택물량이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만큼 공사가 개발에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와 함께 사업지분 최대 50% 확보를 위해 국토교통부·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치열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사는 4만1000가구에 달하는 임대주택의 성공적 공급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공사는 경쟁력 있는 주택 건설의 필수요건이 돼버린 스마트시티 분야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다.

연세대학교, 난양공대(중국), 이지마일(프랑스·자율주행버스 개발사), LG-CNS 등 국내외 선도기관과 산학연 네트워크 구축 및 정보공유·기술협력을 위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경기도 특성에 맞는 공사의 중장기 스마트시티 기본계획 전략을 수립 중이다.

이미 판교제로시티에는 스마트시티 및 자율주행 시범단지 등 첨단산업단지를, 다산신도시에는 스마트 홈 및 스마트 파크를 각각 조성하고 있다.

나아가 공사는 기존의 신기술 집약위주의 계획을 지양하고, 도민이 계획단계에서부터 운영관리단계까지 직접참여 가능한 도민 참여형 스마트 도시계획 추진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 사장은 “원활한 추진을 위해 공사 내에 ‘스마트사업 추진단(가칭)’을 별도로 구성했다”면서 “아직은 구상단계여서 밝힐 수는 없지만 차를 타고는 들어갈 수 없는 신도시라든지 일정 구역에 적용되는 깜짝 놀랄만한 스마트시티가 조만간 가시화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 이헌욱 경기도시공사 사장
“도민들에 수준 높은 주거 서비스 제공할 것”


역대 최연소로 경기도시공사 수장으로 취임한 이헌욱 사장(사진)의 전직은 민생경제 전문변호사다. 그런 이력답게 경기도시공사의 강력한 개혁을 선언하며 “도민에게 수준 높은 주거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27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도민들의 삶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충족시키는 것이 공사가 지향하는 목표”고 명확하게 언급했다. 이어 “본인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주택, 소위 ‘적정주택(affordable housing)의 대량공급이 필요하다. 공공의 공급능력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공공주도형 주택공급 정책의 지향을 통해 공사 개발이익의 사회 환원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신도시급 규모의 임대주택 프로젝트’를 추진를 제안했다. 이를 위해 이 사장은 현재 택지를 조성한 후 토지를 건설사에 판매하거나 그 중 일부의 토지에 주택을 직접 건설해 분양하는 공사의 주택공급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편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분양주택보다 임대주택 건설에 집중할 것”이라며 “ 일차적으로 민선7기에 약속한 4만1000가구 임대주택 공급은 물론 임대주택의 수요를 면밀히 파악해 필요하다면 신도시급 규모의 임대주택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장기적으로 도내 임대주택공급의 30% 이상을 공사가 책임져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적정수익 외 나머지는 사회로 환원할 뿐 아니라 공사가 디벨로퍼(developer) 역할을 감당해 새로운 임대주택 사업의 토양을 마련하겠다”고까지 했다.

이 사장은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경영체계 확립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그는 “외부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기업적 사고방식은 공기업에도 필수적”이라며 “소비자들에게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외부환경에서 오는 변화를 적극적·능동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인사·조직 혁신을 통해 공공성과 기업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성과중심의 혁신조직으로 변모시켜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사장은 해외개발에도 적극 나설 것임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국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적원조사업을 비롯한 교류·협력사업의 추진과 해외기관의 공사사업 참여 검토 등 해외개발로의 외연 확장은 공사 미래뿐만 아니라 도내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기반 조성을 위해 필요한 과업”이라고 설명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