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소득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인 쌀 가격을 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쌀값 안정을 위해 도입한 ‘쌀 생산조정제’가 목표치의 절반에 그친 점이 불확실성을 키웠다. 생산면적이 예상보다 늘어날 수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쌀값을 가마니(80㎏)당 19만원선으로 유지한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조정제를 신청한 농지 면적은 지난 25일 기준 3만1158㏊로 집계됐다. 당초 제시했던 목표치(5만5000㏊)의 55.7%를 채우는 데 그쳤다. 쌀 생산조정제는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 ㏊당 평균 340만원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제도다. 쌀 과잉공급을 막아 쌀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난해부터 도입됐다. 신청 기한이 오는 28일까지라서 추가 신청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5만㏊를 목표로 했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친 것이다. 지난해엔 3만1125㏊의 신청이 들어왔었다.
지난해는 3만㏊ 수준으로도 쌀값을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우선 실제 재배하는 농지만 신청을 받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휴경지에도 혜택을 주기로 했다. 올해 쌀 생산조정제를 신청한 농지 가운데 휴경지를 빼야 쌀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농지로 볼 수 있다. 신청한 농지에서 실제로 다른 작물을 키울지도 변수다. 지난해의 경우 다른 작물 재배면적이 2만6550㏊에 그쳤다. 신청 면적보다 4575㏊가 줄었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다만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갑작스레 신청 기한을 연장하면서 ‘허수’가 있었지만 올해는 6월까지로 미리 예고한 만큼 전환 포기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청 면적이 예상보다 저조하면서 쌀 가격의 추이를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쌀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재배면적이다. 매년 8월 통계청에서 집계·발표하는 쌀 재배면적이 잣대가 된다. 쌀 재배면적을 5만㏊ 정도 줄이면 가격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게 농식품부 계산이었지만 허사가 된 상황이다. 쌀값이 가마니당 19만원 이상을 유지하면서 벼농사를 짓겠다는 농가가 늘어난 분위기도 걱정을 더한다.
대북 쌀 지원 등 해외에 원조하는 물량이 늘기는 했지만 올해 생산한 햅쌀이 아니다. 올해 공여한 물량은 모두 정부가 수매해 비축해둔 쌀이라 쌀값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향후 기상상황에 따른 작황까지 봐야 쌀 가격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며 “좀 더 지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