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잡는 펜스… 구단+지자체 책임

입력 2019-06-27 04:04
KT 위즈의 강백호가 2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펜스 앞에서 파울 타구를 잡은 뒤 오른손으로 펜스 철망을 잡다가 튀어나온 철에 손바닥이 찢어지며 부상을 당했다. 오른쪽 사진은 강백호가 오른손을 쥐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26일 봉합수술을 받은 강백호는 8주 정도 결장 예정이다. MBC스포츠플러스 캡쳐

프로야구 KT 위즈 강백호(20)가 공을 잡다가 원정 구장 시설 탓에 부상을 당해 장기 결장하는 황당한 사태가 발생하면서 주먹구구식 구장 관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한 구단과 지자체의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KT의 경기. 수 차례 리드가 뒤집히고 10회말에 동점타가 나오는 등 손에 땀을 쥐는 승부가 진행됐다. 끝내 무승부로 끝난 이 경기는 그러나 KT에게 너무 큰 상처를 남겼다. 팀 최고 스타이자 프로야구에서 손꼽히는 강타자인 좌타자 강백호가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날 우익수로 나선 강백호는 9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신본기의 파울 타구를 잡아낸 직후 손을 감싸 쥐고 주저앉았다. 우측 불펜 앞 파울지역에서 타구를 잡은 뒤 오른손으로 펜스 철망을 잡았는데 그곳에 그물 고정을 위해 설치된 철이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손바닥이 찢어졌고 응급치료로 감은 붕대가 피로 흥건해질 정도로 강백호의 상처는 깊었다.

검사 결과 피부뿐 아니라 근육도 손상돼 전신마취 후 봉합수술을 받아야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KT 관계자는 26일 “강백호가 이날 오전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며 “완전한 복귀에는 약 8주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불행 중 다행으로 신경 손상은 없었다.

롯데는 강백호의 부상 뒤 “즉각적 보수와 구장 전체 안전 점검을 진행해 향후 사고 예방을 하겠다”고 밝히고 당일 밤 보수 공사를 시행했다. 이윤원 롯데 단장도 이숭용 KT 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와 유감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사직구장에서 이전에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구단의 조치는 사후약방문 격이었다. 한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 구장처럼 야구장이 특이하게 생겨서 당한 부상은 선수에게도 책임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구장 안에 있으면 안 될 것이 있어서 나온 부상은 구단의 전적인 잘못”이라고 말했다.

구단이 자유롭게 구장을 개보수 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지적도 있다. 롯데는 부산시에 매년 임대료를 지불하고 사용 중이다. 신축과 장기 임대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이뤄진 적은 없다. 또 다른 해설위원은 “롯데도 잘못했지만 근본적 문제는 지자체들의 갑질”이라며 “구장 신축이나 장기 임대 등으로 구단에 재량권을 줘야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구장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이런 일이 다시 나와서는 안 된다. 이번 일을 본보기로 선수 안전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KBO 관계자는 “26일 경기가 열리는 5개 구장 감독관에게 구장 상태를 점검을 요청했다”며 “이후 전 구단에 안전 점검 관련 문서를 발송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창단 첫 가을야구를 노리는 KT와 2년차 신예 강백호다. 지난해 신인왕 강백호는 올 시즌 타율 0.339(4위)에 8홈런으로 타선을 이끌었다. 다음 달 20일 열리는 올스타전 투표에서도 드림외야수 부문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강백호의 활약 속 KT는 초반 부진을 딛고 5위 NC 다이노스와 4.5경기차로 플레이오프 가시권에 진입했다. 구장 관리소홀의 유탄이 애꿎게 다른 팀과 개인의 영예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게 됐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