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달픈 사연 품은 홍천 은행나무숲 ‘국가중요농업유산’ 추진

입력 2019-06-26 20:09
지난해 가을 관광객들이 강원도 홍천군 ‘은행나무숲’에서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강원도는 매년 10월 한 달만 개방되는 이 숲 4만㎡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도록 추진하고 있다. 홍천군 제공

1년에 오직 한 달만 개방되는 ‘홍천 은행나무숲’의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이 추진된다.

강원도 홍천군은 농림축산식품부의 국비 공모사업인 ‘국가중요농업유산’에 홍천 은행나무숲을 지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26일 밝혔다. 군에 따르면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면 농업유산자원의 복원, 주변 환경정비, 관광자원 활용 등에 필요한 예산으로 14억3000만원이 지원된다. 국가중요농업유산은 전통적인 농업 활동과 경관, 생물 다양성 등을 보전·계승하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로 청산도 구들장논과 제주 밭담 등 12곳이 지정됐다.

군이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에 나선 것은 은행나무숲의 가치 때문이다. 내면 광원리 686의4번지 일원에 조성된 은행나무 숲은 1985년부터 25년간 개방하지 않다가 2010년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개방하기 시작했다. 이 숲은 한 주민이 아픈 아내의 쾌유를 빌며 ‘장수’의 의미가 담긴 은행나무 묘목을 심기 시작해 지금의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됐다.

10월 한 달만 개방하는 이 숲은 4만여㎡ 면적에 30년 수령의 은행나무 2000여 그루가 심겨져 있다. 매년 단풍철에는 황금빛으로 물든 은행나무숲을 보기 위해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지역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지역 농민들은 은행을 수확해 판매하고, 매년 가을마다 숲 인근에 농산물 판매장을 여는 등 숲을 매개로 한 다양한 소득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은 서류 심사와 현장 평가 등을 거쳐 오는 8월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군은 은행나무숲이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면 공중화장실과 체험장, 판매장, 휴식공간 등 편의시설을 대폭 개선할 계획이다. 은행나무숲은 개인 소유다 보니 각종 편의시설이 부족해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은행나무를 서로 연결한 해먹을 곳곳에 설치해 관광객이 산림욕과 휴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야간 조명을 설치해 밤에도 관광객이 찾을 수 있는 체류형 관광지로 만들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은행나무숲 덕분에 산골 농촌 마을이 해마다 농산물 판매와 관광객 방문 등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며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면 시설 개선 등을 통해 관광객 편의 증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