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관계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겨준다고 생각”

입력 2019-06-29 04:03
‘꽃을 사는 여자들’을 쓴 스페인 작가 바네사 몽포르가 한 손에 꽃을 들고 소설의 배경이 된 마드리드 거리를 걷고 있다. 북레시피 제공

근래 누군가를 위해 꽃을 사본 적이 있는가.

주목받는 스페인 작가 바네사 몽포르(44)의 장편 ‘꽃을 사는 여자들’(북레시피)은 마드리드의 한 꽃집을 중심으로 꽃을 사는 여성 5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몽포르는 24일 국민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등장인물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꽃을 살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기에 꽃집을 배경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소설 5권과 희곡 12편을 쓴 몽포르는 세비야 젊은작가상과 세비야 문예상을 수상했다.

소설 속 ‘천사의 정원’은 작가가 살고 있는 마드리드에 실재하는 꽃집이다. 남편에게 의존해온 여자, 일에 쫓기는 여자, 자유분방한 여자, 희생하는 여자, 해방을 꿈꾸는 여자 5명이 이 꽃집에 꽃을 사러 온다. 소설 속 한 인물은 “나이 마흔에도 상처받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나는 그 사람을 믿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40세가 될 때까지 상처를 받지 않고 산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인생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피터 팬처럼 미성숙하다는 뜻이다. 그런 사람은 믿기 어렵고 다른 사람에게 쉽게 상처를 준다”고 했다. 등장인물은 각기 다른 내면의 상처를 갖고 있다. 어떤 이는 남편을 잃었고 다른 이는 자기 시간이 없으며 또 다른 이는 ‘가짜 사랑’에 지쳐 있다.

작가는 “관계가 끝이 났다고 해서 그 관계가 실패한 것이 아니다. 우리 인생을 포함해 모든 것은 끝이 있기 마련이지 않냐”며 “나는 모든 인간관계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겨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여러 형태의 사랑을 추구한다. 작가는 “꽃집에서 만난 이 여인들의 관계처럼, 좋은 사랑은 치유하는 관계다. 또 존경과 열정, 자유와 동반이 균형을 이룬다. 두 사람은 ‘따로’이기도 하고 또 ‘같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소설은 여성들이 아픔을 치유하면서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작가는 “나는 대개 어둠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일종의 계시로 끝을 맺는데, 이건 페미니즘을 바라보는 내 방식”이라며 “그동안 여성들은 많은 권리를 얻어왔고 앞으로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낙관”이라고 했다.

작가가 자주 사는 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몽포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마가렛이다. 마가렛은 여름에 큰 즐거움을 준다”고 소개했다. 소설엔 이런 말이 있다. “누구나 자기에게 맞는 꽃이 있다. 그리고 어떠한 삶의 순간에 맞는 꽃도 있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분명히 지금 내게 맞는 꽃이 무엇일지 고민하며 꽃을 사고 싶어질 것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