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속도조절 나서자, 민주노총 “정치적 도덕적 배반” 반발

입력 2019-06-26 04:02
민주노총 산하 택배노동자기본권쟁취 투쟁본부가 지난 24일 청와대 인근인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내가 바로 민주노총’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불법행위 주도 혐의로 지난 21일 구속된 데 항의하는 의미다. 뉴시스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구속 이후 정부와 민주노총의 관계는 험난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 전략을 내세웠다. 하지만 정권 압박을 위한 ‘정치파업’이라는 비판과 폭력 등 불법 투쟁행위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라 대외적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김 위원장 구속에 맞서 ‘문재인정부의 노동탄압 분쇄’를 기치로 내건 총파업 등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힌 상태다. 민주노총의 대정부 투쟁은 11월까지 이어진다. 26일 울산 전국노동자 대회를 시작으로 27일 ‘최저임금 1만원 쟁취, 노동탄압 분쇄 민주노총 결의대회’, 28일 전국 단위사업장 대표자 결의대회를 예고했다. 7월 3일부터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 총파업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이어 18일에는 총파업 대회를 연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25일 “7월 총파업보다 더 큰 규모의 총파업을 11월에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반발에는 자신들이 현 정부 탄생에 십분 일조했다는 인식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2016년 촛불 항쟁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이끌었고 그 힘으로 문 정부를 탄생시켰다”며 “현 정부가 김 위원장을 구속한 것은 명백한 정치적·도덕적 배반행위”라고 말했다.

정권 초기에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노동,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등 노동계의 요구를 대다수 받아들이며 민주노총과 정부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제조업 둔화 등으로 인해 경기가 어려워지자 정부는 최저임금산입범위 확대, 최저임금 공약 폐기, 탄력근로제 논의 등 속도조절에 나섰다. 이에 민주노총은 반발해 경사노위에 불참하고 대규모 시위를 하는 등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하지만 노동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마다 공공기관 등의 점거·농성과 때론 폭력행위까지 일삼는 행위에 여론은 싸늘하게 식어갔다. 노동존중 사회를 내세웠던 정부도 강경대응으로 돌아섰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어난 불법·폭력집회 다수는 민주노총이 주도했다. ‘5·18 망언 규탄 기자회견’(2월 27일)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대우조선 매각저지 상경투쟁’(3월 8일) ‘국회 앞 노동법 개악 저지 집회’(3월 27일, 4월 7일) 등이 대표적인 예다. 집회시위 현장에서는 수십명의 경찰관이 부상을 입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3일 “민주노총이 평화시위 문화를 퇴행시키고 있다”며 “우리 사회 법 질서의 역사와 문화를 퇴보시키는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사법조치를 해 나가고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 방한 반대 범국민대회’를 열고 여기에 구속자 즉각 석방, 노동개악 저지 등 대정부 투쟁 기조를 포함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을 두고도 비난의 목소리가 많다.

과거 참여정부 당시에도 민주노총의 강경일변도 투쟁이 이어지자 노동계와 정부 사이는 틀어질 수밖에 없었다. 참여정부 초기부터 철도노조 파업, 화물연대 파업,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등의 파업이 이어지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부를 길들이려는 파업을 하는 노조에 본때를 보여주려 한다” 등 강경발언을 하기도 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민주노총이 정권을 만들어줬다는 인식을 갖고 불법행위를 일삼는다면 그들의 이야기는 공감대를 얻기 힘들 것”이라며 “거대 노총에 어울리지 않게 과격한 투쟁 방식을 고수하는 전략은 이제 바꿔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