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에서 닫힌 정국정상화… 정국 더 꼬였다

입력 2019-06-26 04:01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뒤 악수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밝은 표정인 반면 나 원내대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 명의의 합의문을 거부했지만 일단 6월 임시국회 회기는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재협상 불가’ 방침을 세우고 합의문대로 의사일정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의 복귀 없이는 정상 가동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시간이 지나면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새로운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착각은 꿈도 꾸지 말기 바란다”며 “민주당은 합의 정신을 부정하는 어떤 정략에도 타협하지 못 한다. 3당 교섭단체 합의대로 국회 의사일정을 착실하고 탄탄하게 운영하겠다”고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합의문 부결은 국민의 뜻’이라며 민주당에 재협상을 촉구했다. 그는 정책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합의가 무효됐으니 민주당과 재협상하겠다”며 “민주당은 한국당 의원들의 의견을 국민의 뜻으로 생각해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재협상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회기 일정만 있을 뿐 어떤 의사일정도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당이 말은 그렇게 하지만 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에 공을 넘겼다.

다만 바른미래당이 중재자 역할을 더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양당 간 거리는 당분간 좁혀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 관련) 중재할 사안이 사라진 이상 바른미래당의 중재자 역할도 여기서 마감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강경파의 목소리가 지배한 한국당 의원총회는 정상적인 국회 정치를 바라는 국민 여망을 한순간에 짓밟았다. 이제 국회 파행의 책임은 온전히 한국당이 져야 할 몫이 됐다”고 했다.

한국당은 이날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는 참석하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는 불참했다. 선별적 상임위 참여라는 기존 입장대로다.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여당이 일방적으로 문제 많은 법안을 논할 때 간사들이 적절하게 저지하는 활동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합의되지 않은 의사일정을 진행하는 데 대한 부당성을 주장할 것”이라고 했다.

당장 국회는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구성과 정치개혁·사법개혁 특별위원회의 활동 기간 연장 등을 논의해야 한다. 국회법에 따라 한국당이 불참해도 상임위원 임기가 만료되면 국회의장이 상임위원을 선임할 수 있고,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을 선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야 교섭단체의 합의 없이 상임위원 구성이 이뤄지면 여당뿐 아니라 문희상 국회의장의 부담이 커지게 돼 실제 한국당 참여 없이 상임위가 새롭게 꾸려질 가능성은 작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예결위원장이 한국당 몫으로 돼 있고, 명단 제출을 안 하고 있어 추경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회법상 의장이 결단할 수도 있지만) 법적인 것으로만 국회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이달 말까지인 특위 활동 기간은 연장이 어려울 전망이다.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결국은 아마 정개특위를 다시 구성하는데, 일단 6월 말로 시한을 종료시킨 다음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추진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날 정개특위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해 정치개혁 제1소위를 열었고, 김재원 한국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 후 퇴장했다.

심희정 이형민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