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버스 업계가 다음 달 주52시간 근로제(주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고용노동부가 주52시간제와 탄력근로제 시행 위반에 대해 3개월간 계도기간을 준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오는 9월까지 처벌이 면제되고 10월부터 본격 단속한다는 것이다. 준비가 덜 된 업체에 시행을 강요하고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시간에 쫓기는 종업원 300인 이상 전국 31개 노선버스업체로선 정부 방침을 반길 수밖에 없다. 주52시간제 시행을 둘러싼 노선버스 노사의 갈등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운임 인상, 근무체계 개편, 신규인력 채용 추진에다 임금협상까지 겹쳐 경기도 등 일부 지역 버스노조는 추가 파업을 경고하는 실정이다.
노선버스 업계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런 여건을 좋아만 할 일은 아니다. 주52시간제 시행 준비과정에서 수요자인 버스 이용객들의 목소리가 그동안 전혀 반영이 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난달 노사정이 노선버스 파업 시한에 쫓기면서 내놓은 타협안의 핵심이 버스 준공영제와 운임 인상이었다. 정부와 지자체가 우선 파업 철회나 유보를 이끌어내려 노사 당사자들의 문제 해결에 급급했었다. 버스업계와 지자체들은 이제라도 버스 이용객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와 서비스 개선을 분명하게 약속해야 한다.
버스 준공영제는 버스 운영체계의 공공성을 강화한 제도다. 지자체가 버스노선 소유권을 가진 사업자의 적자를 메워주고 일정 수익을 보장하는 현재의 ‘수입금 공동관리제’가 있다. 지자체가 버스노선 소유권을 갖고 운영사업자에 일정기간 지원한 뒤 경쟁 입찰해 운영의 효율을 꾀하도록 하는 ‘노선입찰제’ 등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정부가 지자체를 통해 이런 준공영제 버스운영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버스 회사들의 경영 안정과 직원의 처우 개선은 물론, 원거리 취약지역에 버스노선을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준공영제를 한다면서도 수익이 나지 않는 일부 광역버스노선들을 없애겠다는 건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준공영제 지원을 하는 세금과 운임을 부담하는 주체가 이용객 아닌가.
준공영제로 버스 서비스 개선을 국민 이동권 차원에서 더욱 강화해야 한다. 주52시간제 시행에 따른 버스운행과 영업 정상화가 급하다는 이유로 이 문제가 계속 논의의 뒷전이어선 안 된다. 버스는 교통약자들의 접근성이 가장 높은 대중교통수단이다. 교통약자는 장애인, 고령자, 임신부, 영유아 동반자, 어린이 등 일상생활 속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국토교통부~ 한국교통안전공단의 ‘2018년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결과 작년 말 1509만명이었다. 전체인구 5212만명의 약 29%로 2017년보다 26만명 정도 늘었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765만명으로 약 50%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와 각종 사고로 인해 교통약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서비스 개선, 노선 유지 등에 대한 버스업계와 지자체의 합리적인 대책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이용객들의 불만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울시의 조치는 눈길을 끈다. 시내버스 이용 시 지도앱과 PC버전을 통한 예약, 운행하는 시내버스 모두를 2025년까지 저상버스로 교체하는 것 등이다. 시의 저상버스는 현재 3366대로 전체 시내버스의 47%를 차지한다. 저상버스의 계단 없는 승하차 통로가 교통약자들에겐 편리하다. 지자체들이 적극 추진할 만한 사안이기도 하다.
고령사회 국민소득 3만 달러시대를 맞았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교통약자들의 이동복지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버스뿐만 아니라 다른 대중교통수단과 교통신호체계에도 교통약자들을 배려하는 실질적인 조치들을 가시화해야 한다.
김용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