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친서’ 계기 적극적 구애 나선 미… 북 변화 이끌어낼까

입력 2019-06-25 04:02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중동 순방을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친서가 협상 재개의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며 미국은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AP뉴시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준다면 미국은 말 그대로 당장 북·미 대화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직후 외교수장인 폼페이오 장관이 바통을 이어받아 북한에 북·미 대화 재개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의 적극적인 구애가 북한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이란 사태 논의를 위해 중동으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북한과 한반도 비핵화라는 중요한 논의를 이어가는 데 좋은 토대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북·미 대화 재개 여부와 관련해 “(친서에 대한) 북한의 발언은 매우 진정한 가능성”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은 북한과 협상 기반을 다지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우리는 나아갈 준비가 돼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나 친서 내용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새로운 제안을 담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북·미 대화의 교착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타개책을 먼저 들고 나온 것은 트럼프 행정부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신호탄으로 북한에 적극적으로 대화의 손짓을 보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만 ‘예스’ 사인을 보낸다면 지금이라도 북·미 실무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선언했다. 미국은 지난 20∼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과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그리고 29∼30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등 숨가쁘게 진행되는 한반도 외교전 흐름에서 북·미 대화의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김 위원장이 미국의 제안을 수용할 경우 북·미 비핵화 협상은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구애를 계속 뿌리친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입장을 바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전문가들은 친서 교환 등 북·미 양측의 신뢰 구축 움직임이 실무협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측 모두 지금이 대화 적기(適期)라는 사실에 공감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교환하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방북했다는 것은 북한이 대화에 대한 결단을 내렸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두 정상이 서로 친서까지 공개한 것은 일단 실무협상에는 임하겠다는 메시지”라며 “북한이 원하는 장소에서 북·미 간 실무대화가 곧 재개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북·미가 실무협상을 재개한다 하더라도 간극이 워낙 커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진전을 장담하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최승욱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