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집배원들이 다음 달 9일 우체국 역사상 첫 총파업 실시 여부를 두고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전국우정노동조합은 “과로사로 올해 상반기만 집배원 9명이 사망했다”며 인력 증원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측과 정부의 적극적인 문제 해결 노력을 주문했다.
우정노조 등에 가입한 집배원 3만여명은 24일 전국 각 지부에 마련된 300여곳에서 총파업 찬반 투표에 참여했다. 지난주 일부 지역에서 실시된 찬반 투표에선 찬성률이 높게 나왔다. 우정노조 관계자는 “전국 우편집중국(우편물을 배달 이전 일괄 분류하는 곳) 24곳의 직원들이 먼저 투표를 했는데 높은 찬성률이 나왔다”고 말했다.
‘집배원 과로 문제’는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지난해 노사와 전문가들로 꾸려진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에 따르면 집배원 노동시간은 연 2745시간으로 한국 임금노동자 평균(2052시간)보다 33% 더 길다. 집배원들의 평일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1시간32분으로 조사됐다. 기획추진단에 참여한 김철홍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1인 가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집배원들이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늘어난 반면 인력은 늘지 않아 과도한 업무량이 부과됐다”며 “집배원들은 하루 휴게시간 1시간 중 34.9분 정도밖에 못 쉬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충남 당진 집배원 강길식(50)씨가 과로사로 추정되는 뇌출혈로 사망하면서 집배원들의 불만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강씨 부인 이희자(50)씨는 “남편은 매일 아침 7시30분에 회사로 출근해 밤 9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왔다”며 “왕복 3시간 거리에 떨어져 사는 주말부부인데, 남편이 너무 피곤해해서 두 달에 한 번 보기도 힘들었다. 과로사로 죽는 집배원이 우리 남편이 마지막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9년 연속 지속된 적자 문제로 인력을 충원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집배원 인력 충원을 위한 예산안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까지 올라갔지만 최종 심사 단계에서 통과하지 못했다.
현장 집배원들은 관련 규정상 필수업무 유지를 위해 25%만 파업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우편 배달의 핵심인 우편집중국 직원들은 65%가 파업 참여가 가능하다. 우체국은 독점사업인 우편·등기사업 외에도 전체 택배 물량의 8%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도서나 벽지 등에선 민간 기업이 수익이 나지 않아 물량을 우체국에 맡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체국이 공공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현재 우체국은 관련법상 특별회계법으로 분류돼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정부의 지원 없이 자체 수익으로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관련 회계법 개정이나 국회법 예산안 통과 등을 통해 정부가 집배원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규영 박세원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