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롭게도 이들의 최근 활동에서 공통 키워드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유튜브다. 김 PD는 최근 ‘놀면 뭐하니?’라는 이름의 채널을 개설해 새 예능 론칭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백종원은 ‘요리비책’이란 채널로 또 한 번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유튜브 진출이 미디어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김태호의 무한도전
지난 12일 ‘놀면 뭐하니?’라는 유튜브 채널에 8~10분 내외의 짤막한 영상 5개가 연달아 올라왔다. 콘텐츠는 간단했다. 이름은 ‘릴레이 카메라’. 연예인들이 카메라를 지인에게 차례대로 넘기며 일상을 담는 방식이었다.
김 PD는 “평소 쉬는 날 ‘놀면 뭐하니?’라고 말하던 유재석에게 카메라를 한 번 맡겨 보았다”고 운을 뗐다. 이후 카메라는 조세호 태항호 유병재 딘딘 유노윤호에게 차례차례 옮겨졌다. 약 한 달의 시간이 지나 돌아온 카메라에는 스타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간단한 얼개를 띤 이 콘텐츠를 향한 반응은 대단했다. 보름이 채 안 됐지만 채널 누적 조회 수는 이미 520만회를 넘겼고 구독자 수는 20만명을 웃돌고 있다.
김 PD의 녹슬지 않은 감각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관찰 예능의 얼개를 가져가지만 미션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리얼 버라이어티 느낌도 묻어났다. ‘핫’ 트렌드인 1인 방송의 감성도 맛볼 수 있었다. 영화 ‘기생충’을 패러디한 센스 있는 자막들도 무한도전의 향수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김 PD가 새 예능의 실험 공간으로 유튜브를 택한 것에 주목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김 PD는 감각적인 사람이다.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유튜브에 뛰어든 건 최근 경향을 예민하게 좇은 결과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제 예능도 유튜브를 도외시할 수 없게 됐다. 본인의 큰 구상 속에서 브라운관과 뉴미디어의 연계점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재 김 PD는 크라우드 펀딩 기반의 창업 예능과 릴레이 카메라 형태의 프로그램을 함께 준비 중이다. 7월 중 편성 예정으로 릴레이 카메라 형식의 예능은 토요일에 편성될 예정이다. 지난 20일부터 유재석, 조세호 등과 함께 본격적인 촬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MBC 관계자는 “디지털로 공개한 릴레이 카메라의 연속 선상에 있는 아이템을 촬영 중이다. 릴레이 카메라 외에 더 확대된 재미를 보여드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닮은 백종원의 유튜브 진출
백종원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게 된 이유로 레시피의 왜곡을 꼽았다. 그는 지난 11일 올린 채널 소개 영상에서 “몇 달 전 장모님이 인터넷에서 검색한 백종원 갈비찜 레시피를 보내주셨는데, 내가 만든 레시피가 아니었다. 섬뜩하더라”는 일화를 전했다. 정확한 요리법을 전하고자 만든 채널인 셈이다.
실제 그의 채널엔 뚝배기 계란찜, 목살 스테이크 카레 등 본인만의 노하우가 담긴 ‘백종원 레시피’ 코너가 마련돼 있다. 요식업을 하는 이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장사이야기’와 많은 음식을 한꺼번에 조리하는 방법을 담은 ‘대용량 레시피’ 코너도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 방송에서 선보인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백종원의 사업가적 면모가 돋보인다. 장사이야기 코너만 해도 ‘백종원의 골목식당’(SBS)에서 진행하던 식당 살리기 콘텐츠를 확장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대중의 지지가 확고한데, 파죽지세로 모인 구독자는 181만명에 달한다.
다만 일각에선 그의 유튜브 사업이 유튜브라는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기존 브랜드를 활용해 너무 손쉽게 대형 유튜버가 됐다는 견해다. 방송에서 유튜브로 이어지는 사업 확장이 본인의 프랜차이즈 사업을 연상케 한다는 점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이런 지적은 유튜브의 특성을 간과한 것이기도 하다. 정 평론가는 “유튜브는 타 채널에 배타적이지 않고 인접한 콘텐츠들을 함께 보는 형태”라고 했다. TV는 한 채널을 보고 있으면 다른 프로그램을 보기 어렵지만, 유튜브는 콘텐츠 집적이 되레 큰 효과를 가져오는 공간이란 뜻이다.
일련의 논란에도 백종원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정석희 TV칼럼니스트는 “기존 방송에선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지 않나. 유튜브 공간에 맞춰 팬들이 원하는 콘텐츠들을 보여주고 있다”며 “대중이 원하는 정서를 캐치하는 능력이 돋보인다. 백종원이란 브랜드의 영향력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