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내부 감사에서 시작해 검찰 수사만 세 차례 거쳤던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의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 1심 재판부가 24일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첫 수사에 착수한 이후 3년4개월 만의 결론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순형)는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권 의원의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권 의원은 2012년부터 2013년 강원랜드 인사팀을 압박해 인턴비서 등 11명을 채용하게 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또 최흥집 당시 강원랜드 사장으로부터 관련 사업을 잘 봐달란 청탁을 받고 자신의 비서관을 경력직으로 채용하게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도 받고 있다. 자신의 고교동창이 사외이사로 지명되도록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게 압박을 가한 혐의(직권남용)도 있다.
긴장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은 권 의원은 선고 초반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재판부가 혐의 하나하나 무죄로 판단하자 정면을 응시하며 안도한 듯한 모습이었다.
재판부는 혐의 모두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충분히 입증되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채용비리 혐의의 경우 채용 청탁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법리적으로 업무방해 혐의가 성립한다고 보기엔 부족하다는 것이다.
권 의원이 최 전 사장으로부터 사업 관련 청탁을 들어준 것도 지역구 의원으로서 정당한 직무의 일환이라고 판시했다. 청탁 승낙과 비서관 채용이 상호 거래됐다는 검찰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입증이 부족하다고 봤다.
사법농단 의혹 사건 등 여러 재판에서 주요 쟁점이 되고 있는 직권남용죄에 대한 판단도 이어졌다. 재판부는 “공무원으로서 일반적 직무권한이 존재해야 하고 남용 사실이 입증돼야하며 그에 따른 부당한 결과도 발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2016년 초 불거진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은 춘천지검과 의정부지검에서 총 세 차례 수사가 이뤄졌다. 춘천지검에서 수사를 맡다 지난해 초 의정부지검으로 발령 난 안미현 검사가 내부 폭로를 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커지자 문무일 검찰총장은 독립수사단을 발족시켜 세 번째 재수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세 번째 수사도 검찰 내부 갈등으로 비화되는 등 순탄치 않았다.
3년 여 만에 첫 법적 판단을 받은 권 의원은 밝은 표정으로 법정을 떠났다. 초기부터 검찰 수사를 정면으로 비판해왔던 권 의원은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증거조작과 무리한 주장을 통해 정치적으로 저를 매장하려 했다”며 “공정하게 판단을 내려준 사법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없는 야당 의원 탄압이었음이 명명백백 드러났다”며 “무책임한 정치공세로 야당 의원을 탄압해온 문재인 정권은 그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했다. 정의당은 “사회 정의와 상식의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뜨린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같은 당 염동열 의원 재판의 향배도 주목된다. 염 의원은 최 전 사장에게 지인 39명의 채용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다. 염 의원에 대한 심리는 진행 중이다. 이날 염 의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 전 사장은 기존 진술을 뒤집고 “염 의원으로부터 채용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가현 구자창 김판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