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선점을 위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택시 드라이브’가 거세다. 동남아시아, 인도, 유럽 등 세계 곳곳에 친환경 택시를 선보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친환경차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싱가포르의 최대 운수기업인 컴포트 델그로사(社)와 내년까지 총 2000대의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택시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현대차는 올 연말까지 1500대, 내년 상반기 중 500대의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컴포트 델그로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컴포트 델그로사에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1200대를 공급하기로 한 것보다 800대 늘어난 규모다. 컴포트 델그로사가 보유하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총 3200대가 된다.
현대차는 친환경 택시 시장을 이끄는 ‘키 플레이어’로 위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싱가포르 택시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금융 및 유통 허브이자 연간 15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도시이기 때문이다. 1970년 설립된 컴포트 델그로사는 현재 싱가포르에서 운행되고 있는 택시의 60%(1만2000대)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중국 영국 베트남 등에서도 택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는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호출(카헤일링) 업체인 그랩과도 협력해 ‘코나 일렉트릭’을 활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인구가 적고 세금률이 높아 신차 시장은 작지만 홍보 효과는 큰 셈”이라며 “일본 자동차회사의 시장점유율이 90%에 육박하는 동남아시아 시장은 현대차에 하나의 ‘숙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싱가포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차 확대 정책과 환경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친환경차 시장 주도권을 쥔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현대차 전 세계 대리점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한 컴포트 델그로사 경영진과 만나 지속적인 협력 관계에 대해 협의했다.
친환경 택시를 활용한 현대차그룹의 시장 공략은 동남아시아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현대차는 중동의 최대 카헤일링 업체 ‘카림’에 올 연말까지 5000대의 공유차량을 공급하기로 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선 ‘아이오닉 전기차(EV)’를 활용한 카셰어링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현대·기아차는 인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 ‘올라’에 3억 달러(약 3480억원)를 전략 투자키로 했다. 인도 시장에 특화된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하고 전기차 기반 카헤일링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목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