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변덕에 동맹국들 현기증

입력 2019-06-24 19:04
존 볼턴(왼쪽)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중단시킨 것과 관련, “이란은 미국의 신중함을 약함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신화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하기 어려운 외교정책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대외 전략이 동맹국들의 불신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유분방한 통치방식 때문에 이달에 세 가지 정책이 뒤바뀌었다”며 “불법 이민자 추방, 멕시코 관세, 이란 문제에 대한 그의 접근법은 정치적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트럼프 행정부의 갑작스러운 대(對)이란 보복 공격 중단은 동맹국들 사이에서 미국 대통령의 판단력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켰다고 전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과 관세, 이란 관련 정책에서 위협 수위를 최대치로 올렸다가 막판에 말을 뒤집는 전략을 반복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레버리지를 확보하기 위해 자주 구사하는 ‘벼랑끝 전술’의 전형적인 패턴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이란의 미군 무인정찰기(드론) 격추에 대응하는 보복 타격을 실행 10분 전에 취소시켰다. 미국 10개 도시에서 2000여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들을 체포하겠다고 경고했다가 작전 실행 하루 전인 22일 이 절차를 연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멕시코가 불법 이민자를 막지 않을 경우 관세폭탄을 때리겠다고 엄포를 놓았으나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는 미·멕시코 협상 타결로 관세 부과 방침을 철회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래리 제이콥스 미네소타대 교수는 이처럼 일관성 없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전략에 대해 “동맹국이든 적이든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WP에 말했다. 코리 부커 민주당 상원의원은 오만해 유조선 피격 당시 일본 등이 사건 배후가 이란이라는 미국의 주장을 믿지 않았던 것을 언급하며 “유조선 피습이 또 발생해도 동맹국들은 미국 의견에 회의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전술이 상대국과의 협상에서 과연 효과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대미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큰 변수로 작용하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들에는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에드워드 올던 웨스턴워싱턴대 교수는 “대미 수출에 의존하는 캐나다나 멕시코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양보할 의향이 있고, 한국 역시 미국의 ‘안보 우산(security umbrella)’을 지키기 위해 빠르게 합의 보려고 할 것”이라면서도 “그보다 힘센 나라인 중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합의에) 덜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WP에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