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학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제학회 전 학회장들이 정부를 향해 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46대 한국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한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는 24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로에 선 한국경제, 전 한국경제학회장들에게 묻는다’ 특별좌담회에서 “경제의 하향화 추세는 적어도 당분간은 막을 수 없다”면서 “정책의 대전환이 있을 경우에는 내년 후반기나 돼야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교수는 “정책 대전환은 소득주도성장 폐기, 시장 중심의 성장 위주 정책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분배 정책도 중요하지만, 우리 경제의 발전 단계에서는 성장이 전제되지 않으면 분배를 포함한 모든 면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47대 회장을 지낸 구정모 CTBC 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착시와 정치적 실험 및 역량 부족이 현재의 역성장 원인으로, 이러한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48대 회장을 지낸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글로벌 경제가 대침체에 빠졌던 2011년부터 한국경제는 2~3%대로 성장이 둔화하며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급격히 하락했는데 이 추세가 최근 더 강화되고 있다”며 “생산성을 높이지 않는다면 저성장 추세는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 지적했다.
이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소로 미·중 무역 전쟁을 꼽았다. 구 교수는 “최악의 경우 중국으로부터는 ‘제2의 사드 보복’, 미국에서는 관세부과로 미·중 양쪽으로부터 피해를 볼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경계했다. 반면 조 교수는 “미·중 무역분쟁이 대외적으로 가장 큰 현안이지만 현실과 괴리된 경제 운용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시기가 늦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을 선택하는 배경에 대해 구 교수는 “작년과 재작년의 금리 인상 시점이 늦어지면서, 반년 만에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올해 상반기에 금리 인하가 필요했고, 하반기에도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예정돼야 했다”고 통화정책의 늑장 대응을 비판했다.
학회장들은 정부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법인세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이 제조업의 경쟁력을 해치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업 르네상스를 내건 것은 정부의 초조함”이라며 “오히려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도 “정부 주도 고용과 성장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잘못된 정책에 대한 반성과 과감한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전무는 “지속적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기업과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책의 대전환과 법 제도의 개선이 있어야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좌담회를 마무리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