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북한 목선이 강원도 삼척항에 아무런 제지 없이 입항한 사건을 두고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대통령부터 군 형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은폐 의혹에 대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다만 이번 사건이 7년 전 북한군 병사의 ‘노크 귀순’ 사건과 마찬가지로 여야 간 정쟁의 틈바구니에서 정확한 진상규명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 없이 흐지부지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휴일인 23일 국회에서 북한 선박 입항 은폐·조작진상조사단 회의와 문재인정부 규탄대회를 잇달아 열고 이 사건을 ‘대국민 사기극’ ‘안보게이트’라고 주장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황교안 대표는 규탄대회에서 “안보가 무너졌는데 대통령은 진상조사를 하라고만 했지 책임지겠다고 하지 않는다”며 문 대통령을 향해 국방부 장관과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전면 교체를 촉구했다. 아울러 9·19 남북 군사합의 무효화도 요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부터 군 형법 위반 혐의가 있으니 즉각 법률 검토 후 고발을 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원내대표는 “북한 선원 네 명이 합심해 내려왔고 배 안에서 다투지도 않았는데 2명은 북한으로 보내고 2명은 남겼다. 김정은 정권의 심기를 흐릴까봐 쾌속 귀성시킨 것”이라며 “청와대는 국회 국정조사를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한국당이 여당이던 2012년 10월 동부전선에서 발생했던 북한군 노크 귀순 사건에 대해서는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도, 책임자에 대한 제대로 된 문책도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군 당국은 사건 6일 후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이 공개하기 전까지 북한군의 귀순 사실을 은폐했다. 군 통수권자인 당시 이명박 대통령도 사건 8일 뒤에야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귀순 사실을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국방부는 이듬해 1월 책임자로 지목된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과 작전부장 등에 대해 징계유예 등 솜방망이 처분만 내리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당시 야당인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에서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정승조 합참의장 사퇴를 요구했지만 두 사람은 문책은커녕 이듬해 들어선 박근혜정부에서도 유임됐다. 여당인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은 오히려 비슷한 시기 불거졌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문제 삼으며 국회 국정조사를 촉구했었다.
노크 귀순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였던 문 대통령은 사건이 발생한 22사단 일반전초(GOP)를 방문해 “노크 귀순으로 안보에 구멍이 뻥뻥 뚫린 게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정권”이라며 “안보를 가장 잘할 수 있는 후보가 바로 저 문재인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문 대통령이 직접 자신은 다를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비슷한 안보 허점이 드러난 만큼 정부·여당이 이번 북한 어선 입항 사건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여권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는 물론 대책 마련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종선 김용현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