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업계가 노사 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1년간의 갈등을 풀고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하자마자 한국GM이 파업 위기에 처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달 30일 올해 임금협상을 개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측이 교섭장 변경을 요구하면서 노사 간 만남은 계속해서 불발됐다.
이번 임금협상 장소를 두고 노조는 지금까지 교섭장으로 사용해왔던 인천 부평공장 복지회관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감금 등 안전 문제를 이유로 출구가 여러 군데인 부평공장 본관에서 교섭을 진행하자고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7월 부평공장 복지회관에서 노사가 협상을 벌이던 중 카허 카젬 사장 등 사측 대표들이 감금되는 등 물리적 충돌을 빚은 바 있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교섭장은 한국GM 노사가 약 30년 동안 교섭을 진행해왔던 의미있는 장소”라면서 “이제 와서 굳이 장소를 문제 삼는 것은 사측의 저의가 있다는 게 노조의 판단”이란 입장이다.
한국GM 관계자는 23일 “아무래도 경영진이 감금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무엇보다 GM 본사에서 경영진이든 조합원이든 직원들의 안전이 위협받아선 안 된다는 입장이 강경해 기존 교섭 장소에서 협상하게 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교섭 장소를 두고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자 노조는 지난 13일 중앙노동위원회의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지난 19~20일 조합원 8055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노조는 8055명 중 6835명(투표율 84.9%)이 투표에 참여했고 그중 6037명이 쟁의행위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찬성률은 74.9%다. 24일 중노위에서 ‘조정중지’ 결정을 내릴 경우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 노조는 중노위에서 조정중지 결정이 나오는 즉시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일정과 수위를 논의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기아차와 현대차 노사도 각각 지난달 13일과 30일 올해 임단협 교섭을 시작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4대 핵심과제로 통상임금 해결과 정년 연장, 불법 파견·촉탁직 해결, 미래 고용안정 확보 등을 내걸었다.
더불어 기아차 노사가 지난 3월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하고 그간의 미지급금을 지급하는 데 합의한 데 따라 현대차도 올해 임단협에서 기아차와 동일한 통상임금 미지급분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 시대와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인한 구조조정을 막겠다는 노조의 의지도 강하다. 하지만 최근의 실적 악화 등을 이유로 사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르노삼성 숨돌리니… 이번엔 한국GM 파업 위기
입력 2019-06-23 1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