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영국 총리로 유력한 보리스 존슨 (사진) 전 외무장관이 애인과의 말다툼으로 경찰이 출동했던 소동에 대한 해명을 거부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다섯 차례 실시된 보수당 당대표 경선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던 존슨 전 장관이 이번 사태로 인해 최종 경선에서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21일(현지시간) 존슨 전 장관과 그의 애인 캐리 시먼즈(31)가 집에서 심한 말다툼을 벌여 인근 주민이 경찰에 신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그의 집에선 비명과 함께 시먼즈가 “나한테서 떨어져” “내 집에서 나가”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해당 주민은 존슨 전 장관의 집에 찾아가 현관문을 여러 번 두드렸지만 답이 없자 결국 경찰을 불렀다. 런던 경찰청은 “현장에 출동했지만 범죄 정황이 없어 별도 조치가 필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음 날 존슨 전 장관은 버밍엄에서 열린 보수당 선거 유세에서 이 사건에 대한 질문 공세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국민들은 그런 일에 대해 듣고 싶지 않고 대신 영국과 보수당을 향한 나의 계획을 알고 싶을 것”이라며 대답을 피했다. 유세 진행자는 “당신은 보수당 대표뿐 아니라 총리 후보로도 출마한 것”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당신 성격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답변할 의무가 있다”고 재차 물었지만 존슨은 “내 공약으로 판단해달라”고 선을 그었다. 영국 언론들은 그의 부실한 해명을 일제히 비판했다. 가디언은 “보수당 원로 정치인들 사이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존슨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세에 참여한 보수당원은 “영국의 지도자가 되려면 사생활 역시 합법적이면서 사회적으로 용인 가능해야 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다른 보수당원은 “아내와 한 번도 다퉈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존슨 역시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옹호하기도 했다.
브렉시트 강경파인 존슨 전 장관은 1~5차 당대표 경선에서 모두 1위에 올라 가장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힌다. 지난 20일 실시된 5차 투표 결과 존슨이 160표를 획득하고, 제러미 헌트 현 외무장관은 77표를 얻으며 총리 후보는 2명으로 압축됐다. 최종 경선은 다음 달 6일부터 16만명에 달하는 보수당원들이 존슨과 헌트 중 한 사람에게 우편으로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