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의 J노믹스 3기’ 뒤처진 혁신성장 속도 올린다

입력 2019-06-23 19:00

김상조(사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을 주축으로 하는 ‘J노믹스 3기’가 혁신성장에 속도를 올린다. ‘기업투자’ ‘일자리’를 목표점으로 하고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 조성’으로 방향타를 설정했다. 일자리와 소득분배 악화의 원인이 주력 제조업 부진 등 경기 둔화에 있는 만큼 혁신성장 활성화 정책이 우선순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다음 달 초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규제개혁, 기업 세제지원 정책 등으로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왜 김상조가 정책실장이 되면 기업의 기를 꺾는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기업들이 우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재벌 개혁에 앞장섰던 김 실장을 바라보는 재계의 걱정을 불식하는 차원으로 읽힌다. 특히 김 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 시절부터 강조했던 ‘예측 가능성’ ‘지속 가능성’을 거듭 언급했다. 기업이 대응하기 버거울 정도로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는 없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김 실장은 일자리와 소득 개선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두 문제는 주력 제조업 부진 등에 뿌리를 둔다. 해법은 기업투자와 혁신성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김 실장은 “기업들에 가장 우호적인 환경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재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형식은 비공식이 되겠지만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있을 때보다 재계와 노동시장 이해관계자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또 “원하면 재벌 총수 누구와도 만나 얘기를 들을 것이며, 그 당사자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라도 요청하면 만나겠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의 인식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방향과 궤를 같이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경제활력 제고를 강조하며 기업 투자와 혁신성장 활성화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재부 1차관으로 홍 부총리와 호흡을 맞췄던 이호승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은 이런 김 실장과 홍 부총리 간 ‘메신저’ 역할을 도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실장과 홍 부총리의 밑그림은 다음 달 3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구체적 모습을 드러낸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로 2.6~2.7%를 제시했지만 달성이 어렵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잠정)이 -0.4%를 기록했고,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률을 2.4~2.5%로 추산하고 있다. 수출 주력 상품인 반도체 부진에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대외 변수까지 겹쳐 반등의 계기를 찾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이 때문에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은 ‘투자·소비 살리기’로 채워질 전망이다. 각종 규제에 막혀 있던 대규모 기업 투자 프로젝트 조기 추진이 언급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4조5700억원 규모의 화성 국제복합테마파크가 오르내린다. 앞서 정부는 상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기 착공을 추진한 바 있다.

기업 투자를 유인하는 세제 지원책도 담길 가능성이 높다.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거나 해외로 진출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U턴 기업’에 법인세 감면 등 혜택을 추가로 주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홍 부총리는 지난 14일 “민간 설비투자나 건설투자가 부진해 하반기에 이 부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었다.

민간소비 활성화 대책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국인의 면세점 구매 한도 상향 등으로 내국인 면세점 사업을 확대하는 정책을 검토 중이다. 이미 유류세 한시적 인하,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을 연장하기도 했다.

한편 김 실장과 이 수석비서관 후임에 누가 임명될지도 관심이다. 차기 공정거래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이는 최정표 KDI 원장이다. 최 원장은 2009년부터 6년간 공정위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고, 문재인 캠프에서 경제분과위원장을 맡아 재벌 개혁을 구상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은미 전 공정위 심판관리관, 김남근 민변 부회장,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기재부 1차관으로는 방기선 차관보가 오르내린다. 방 차관보는 정책조정국장 시절 규제 개선, 혁신성장, 기업 투자 활성화 정책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다만 행정고시 34회로 기재부 다른 1급 간부들보다 기수가 낮다. 차영환 국무조정실 2차장, 송인창 아시아개발은행(ADB) 상임이사가 1차관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종=정현수 전성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