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32)의 시즌 10승 달성이 동료들의 수비 실책과 메이저리그(MLB)를 통틀어 가장 껄끄러운 상대 중 하나인 콜로라도 로키스 때문에 다시 미뤄졌다.
류현진은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콜로라도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으로 3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3실점은 올 시즌 최다 실점이다. 다만 야수들의 실책으로 평균자책점은 1.26에서 1.27로 소폭 상승했다. 동점 상황에서 내려와 승패는 없었다.
3번째 10승 도전은 출발부터 꼬였다. 1회초 1사 상황에서 2번 이안 데스몬드의 좌중간 안타 때 중견수 알렉스 버두고가 공을 잡아 타자가 뛰는 2루로 정확히 송구했다. 완벽한 아웃타이밍이었지만 2루수 맥스 먼시가 공을 놓쳐 2루타가 됐다. 이후 류현진은 통산 상대 타율 0.579(19타수 11안타 3홈런)를 기록 중이던 ‘천적’ 놀란 아레나도(사진)에게 안타를 맞아 1실점했다.
다저스 내야수들은 1-1 동점이던 3회초 다시 류현진의 발목을 잡았다. 무사 1루 상황에서 유격수 크리스 테일러가 찰리 블랙몬의 1루 땅볼 때 자신에게 송구된 공을 놓치며 2루 주자를 살려줘 무사 1, 2루 위기를 만들었다. 후속 타자의 안타로 2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와 다저스는 1-2로 다시 뒤졌다. 이후 아레나도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1사 만루 상황에서 2루 땅볼을 유도했지만 주포지션 외야가 아닌 1루수로 나온 작 피더슨이 공을 놓쳐 득점이 인정됐다. 2점 모두 류현진의 비자책이었다.
그래도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실점한 두 이닝을 제외하고 6회까지 단 한 번도 주자를 2루까지 보내지 않았다. 직전 두 번 타석에서 1안타 1볼넷으로 고전한 아레나도와의 이날 마지막 승부에서는 중견수 플라이로 요리했다. 류현진은 초반 콜로라도 타자들에게 체인지업이 통타당하자 커브의 비중을 늘려 5개 삼진 중 4개를 커브로 잡아냈다. 다저스는 11회 연장 승부 끝에 버두고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5대 4로 이겼다.
류현진으로서는 이번 콜로라도전은 아쉬운 한판이었다. 올해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류현진이 콜로라도 징크스를 떨칠 기회였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콜로라도와의 통산 10경기에서 4승 6패 50⅔이닝 평균자책점 4.97을 기록했다. 콜로라도는 간헐적으로 경기를 해온 아메리칸리그팀을 제외하고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약세를 보인 팀으로 꼽힌다. 류현진은 극강의 성적을 보인 홈에서 시즌 첫 맞대결을 펼치는 만큼 징크스 탈출의 기대가 적지 않았으나 결국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문제는 류현진의 다음 등판이 콜로라도와의 원정 경기(28일)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류현진은 콜로라도 홈인 쿠어스필드에서 웃어본 경험이 드물다. 쿠어스필드는 높은 고도로 공기 저항이 적어 타구 비거리가 늘어나는 타자친화 구장이다. 류현진은 쿠어스필드에서 통산 4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7.56을 기록했다. 특히 2017년 5월에는 이곳에서 4이닝 동안 8피안타 6볼넷 10실점(5자책)이라는 데뷔 후 최악의 투구를 했다. 일각에서는 류현진이 시즌 20승 달성과 사이영상 수상에 다가서는데 28일 콜로라도전이 커다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CBS스포츠는 “류현진이 쿠어스필드 마운드에 선다면 지금과 같은 상승세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