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노믹스 설계자에 지휘봉… ‘정책실장 김상조’ 지명 뜻은

입력 2019-06-22 04:01
청와대 신임 정책실장에 임명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 실장 오른편으로 김수현 전 정책실장, 윤종원 전 경제수석, 이호승 신임 경제수석이 서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임명한 것은 경제난국이 이어지고 있지만 소득주도성장 등 현 정부 경제기조는 바꾸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지표 개선을 위해 정부 경제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김 실장이 이끄는 3기 경제팀이 집권 3년차를 맞아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 경제성장률 반등 등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실장은 취임 직후 춘추관을 찾아 경제 정책 성공을 위해 유연성과 일관성의 조화를 강조했다. 김 실장은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 세대의 노력 끝에 성공을 거뒀지만 과거의 성공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게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됐다”며 “문재인정부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3대 축으로 해서 경제패러다임 전환을 시대적 과제로 제시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아울러 “혁신적 포용국가를 위한 사람중심 경제라는 현 정부 경제기조는 21세기 모든 국가가 지향하는 정책 목표”라며 “그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정책기조의 일관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패러다임 전환이 1~2년 만에 달성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 본인이 ‘J노믹스’(문재인노믹스)라 불리는 현 정부 경제정책의 설계자인 만큼 정책의 연속성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실장은 큰 틀의 정책은 이어가되 세부 사항은 수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하나의 선험적 정답, 만병통치약식 고집이 실패를 좌초하는 길”이라며 “성과가 확인된 것은 더욱 강화하고, 시장의 기대를 넘는 부분은 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두가 잘 사는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큰 뜻은 변함이 없다. 다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정책 등은 얼마든 바꿀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개혁 성향이 강한 김 실장은 2년간의 공정거래위원장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공정경제에 방점을 둔 경제 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위원장 재임 시절 총수 일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을 대폭 늘리고 전속고발권을 일부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편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

김 실장이 추구하는 공정경제와 기업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혁신성장이 충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 실장은 이에 대해 평소 “재벌의 힘이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재벌개혁이다. 혁신성장과 재벌개혁은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승 신임 경제수석도 청와대 비서관과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만큼 대통령의 의중을 정책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김 실장과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이 이끄는 경제팀은 우선 저조한 경제지표를 정상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생산, 투자 등 경제지표가 악화되는 상황 타개가 우선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 완화도 필요하다. 다음 달 발표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방향’에 이러한 그의 문제의식이 상당수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재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실장이 기업에 대한 압박과 규제를 더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상황 등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과 규제완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걱정과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기업들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정책과 규제완화에 집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는 인사를 기대했는데 청와대가 공정경제나 적폐청산을 염두에 둔 것 같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박세환 오주환 임주언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