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내심을 갖고 미국과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20일 방북한 시 주석과의 5차 정상회담에서 “조선(북한)은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라며 “유관국(미국)이 조선 측과 마주 보고 서로의 관심사를 해결해 (한)반도 문제가 해결돼 성과가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중국중앙방송(CCTV)이 보도했다.
CCTV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과거 1년간 조선은 정세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많은 적극적인 조치를 했지만 유관국의 적극적 호응을 얻지 못했는데 이는 보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비핵화 천명 이후 미국을 향해 ‘선의의 조치’를 취했지만, 미국이 이에 대한 ‘상응조치’를 내놓지 않았다는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이어 “조선은 중국이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을 높게 평가한다”며 “계속 중국과 소통하고 협력해서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 진전을 거두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또 민생 개선에 중점을 둔 새로운 전략 노선을 관철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중국의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 경험을 배우겠다는 의사도 피력했다. 이를 두고 중국식 개혁·개방 경험을 배우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시 주석은 북한에 대한 강한 지지와 함께 비핵화 협상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 추진을 지지한다”면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안보 해결을 위해 중국이 돕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멀리 내다보는 자세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조선이 자신의 합리적 안보 및 발전에 관한 관심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이 닿는 한 도움을 주겠다”고 확답했다.
시 주석은 이날 오전 부인 펑리위안 여사 등과 함께 전용기를 이용해 평양국제공항(순안공항)에 도착했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북한 방문은 2005년 10월 후진타오 전 주석 이후 14년 만이며, 시 주석 개인도 국가부주석 때 방북한 이후 11년 만의 평양행이다.
딩쉐샹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등 핵심 실세들이 시 주석을 수행했다.
청와대는 시 주석의 방북이 한반도 정세에 끼칠 영향에 주목하면서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중 간 만남 등 여러 움직임과 관련해 중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전반적 상황을 큰 그림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승욱 강준구 박재현 기자,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