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북] 김정은 공항 영접, 카퍼레이드… 최고 수준 예우

입력 2019-06-21 04:01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평양시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카퍼레이드를 벌이며 환영 나온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북한은 시 주석 환영을 위해 25만명의 시민을 동원했다. 시 주석은 21일까지 1박2일간 국빈방문 일정을 소화한다. CC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첫 방북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공항에서 직접 영접하고 엄청난 환영인파 속에 오픈카 퍼레이드를 함께하는 등 최고 수준의 예우로 극진히 환대했다.

신화통신과 중국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20일 정오쯤 전용기를 타고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공항에 나가 시 주석 부부를 직접 영접했다.

공항에는 두 정상의 대형 사진과 함께 ‘시진핑 주석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피로 맺어진 북·중 인민의 굳건한 우정 만세’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1만명가량의 군중이 대오를 갖추고 있다가 시 주석의 전용기가 도착하자 일제히 화려한 조화와 오성홍기를 흔들면서 환호했다.

21발의 예포가 발사됐고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은 대형 레드카펫이 깔린 순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김 위원장 부부 외에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리수용 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등이 나와 시 주석을 맞이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동안 공개석상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난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인민군 김수길 총정치국장, 리영길 총참모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등 군 수뇌 3인방도 모두 나왔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이날 다른 간부들과 함께 도열해 시 주석을 맞아 눈길을 끌었다. 김 제1부부장은 정상급 행사 때마다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과 함께 김 위원장을 밀착 수행하며 의전을 총괄해 왔으나 이번에는 현송월 당 부부장 겸 삼지연관현악단장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시 주석은 21대의 오토바이 호위대 경호를 받으며 금수산 태양궁전으로 향했다. 도로 양측에는 북한 주민들이 나와 ‘북·중 우호 만세’ 등의 구호를 외치며 환영했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오늘 평양 시민 25만명이 거리로 나와 총서기(시 주석) 동지를 열렬히 환영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은 여명거리에 도착한 뒤 무개차(오픈카)로 갈아타고 금수산태양궁전까지 카퍼레이드를 했다. 두 정상은 달리는 오픈카에 나란히 서서 환호하는 인파에 손을 흔들며 답례했다.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도 시 주석을 위한 대규모 환영행사가 열렸다. 환영행사에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재룡 내각 총리 등 당정의 고위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 북한이 공항과 금수산태양궁전 두 곳에서 성대한 환영 행사를 연 것은 이례적이다. 시 주석에게 최고의 예우를 한 셈이다. 지난해 방북 때 문재인 대통령은 공항 환영행사와 연도환영을 거쳐 곧바로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향했었다.

신화통신은 외국 정상이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환영인사를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는 선대부터 이어진 우호관계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과 마오쩌둥·저우언라이·덩샤오핑·시진핑 등 양국 최고지도자들의 대를 이은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과거 장쩌민·후진타오 국가주석이 2001년과 2005년 방북 시 금수산궁전을 참배했던 만큼 시 주석도 자연스럽게 참배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은 환영식을 마치고 금수산 영빈관에서 여장을 푼 뒤 이곳에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회담 후에는 북측이 마련한 환영 만찬에 참석하고 이어 축하공연도 관람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