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꿈틀대는 강남 아파트값

입력 2019-06-20 18:58

강남 아파트값이 수면 아래서 들끓고 있다. 재건축 급매물을 중심으로 호가가 올라가면서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관측과 함께 ‘강남불패론’이 슬그머니 다시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한국감정원의 20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는 0.02%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34주 만에 반등한 지난주(0.02%)에 이어 2주 연속 오른 것이다. 은마, 미도, 개포주공 등 주요 재건축 아파트들의 거래와 호가 상승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주요 지역 아파트값도 일부 반등조짐이 감지된다. 서초·용산·동작(0.00%) 등은 하락에서 보합세 전환, 양천(0.02%), 마포·송파(0.01%) 등은 상승반전에 성공했다. 감정원 측은 “하락폭이 컸던 인기 신축 및 재건축 단지는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구축 단지는 여전히 매물 누적으로 하락해 차별화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강남권 부동산이 다시 요동치는 배경에는 상반기 공시가격 인상 및 추가공급대책 여부 등 정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가 자리하고 있다. 일단 4월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를 통해 세금폭탄에 대한 변수가 해소됐고, 3기 신도시 계획도 강남권 수요분산 측면에서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도 호재로 인식된다. 업계 관계자는 “각종 규제로 크게 경색됐던 유동자금이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통해 다시 시장에 풀릴 경우 ‘집값이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분양가 상한제 적용과 금융규제 강화의 역설로 서울 내 주요 지역 신규 공급이 제한되면서 ‘똘똘한 한 채’에 몰리는 수요자들의 심리가 ‘결국 강남’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서울 전반으로 시야를 넓히면 하락폭 감소에도 불구하고 대대적 반등을 예단하기는 이르다. 일단 구축 아파트 단지 대부분이 여전한 거래가뭄에 시달리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0.01%로 32주 연속 하락했다. 성동구(-0.05%), 강동구(-0.06%) 등 매물 누적이 심한 지역들 위주로 하락폭이 유지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인기지역 중심의 국지적 상승·보합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기조가 확고하고, 추가대책 가능성도 열려 있어서다. 특히 재건축 중심의 급매물 거래가 대규모 추격매수로 이어지지 않는 한 강남권 역시 가격 급등은 시기상조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들끓기 시작하자 최근 서초, 송파, 중구 등 3개 지역을 대상으로 재건축·재개발 조합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점검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