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이냐 신설이냐… 동남권 신공항 다시 도마 위에

입력 2019-06-21 04:03

동남권 신공항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0년 넘게 ‘동남권 신공항 도입 발표→백지화→기존 공항 확장’ 등으로 부침을 겪어왔는데 이번에는 ‘입지 이전’으로 불씨가 옮겨붙었다. 부산·울산·경남(부울경) 광역단체장들이 국토교통부의 김해공항 확장안에 문제가 많다며 검증 필요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반면 국토부는 기본계획에 문제가 없다고 맞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일단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부울경 광역단체장은 국무총리실 검증 등 합리적인 방안을 찾자는 데 손을 모았다. 오거돈 부산시장과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는 20일 국토부 서울 용산구 사무소에서 김 장관을 만나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논의했다. 국토부 장관과 부울경 광역단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는 처음이다.

김 장관과 부울경 광역단체장들은 이날 총리실 검토 결과에 따르기로 합의했다.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김해신공항의 적정성에 대해 총리실에서 논의키로 하고 검토 결과를 따르기로 했다. 검토 시기와 방법 등 세부 사항은 총리실 주재로 국토부와 부울경이 함께 논의해 정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동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논란은 10년 넘게 ‘현재진행형’이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동남권 관문공항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공항 건설 필요성 인정→부산 가덕도, 경남 밀양 후보지 입지평가 부적격 판정→백지화→김해공항 확장안으로 변경’ 등의 과정을 거쳤다.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이 김해공항 확장안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사그라들던 불씨는 다시 커졌다.

부울경 광역단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검증단은 지난 4월 김해공항 확장안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토부가 고정 장애물의 높이를 왜곡했고, 항공소음·수요예측·환경영향 등의 조사 결과도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토부는 “활주로 배치 최적화, 이착륙 항로 변경, 차세대 항공기 도입 등을 통해 현재보다 소음 영향 등이 개선될 것”이라며 확장안 강행을 시사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이낙연 총리는 “총리실에서 조정할 의향이 있다”며 확장안 재검증 가능성을 내비쳤었다.

이번에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갈등을 봉합했지만 향후 절차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총리실 정책판정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할지를 정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면 공정성 시비에 휩싸일 수 있다. 실무 부처인 국토부가 결론을 내린 정책을 총리실이 뒤집으면 정부 주요 정책을 재검토해달라는 정치권의 요구에 물꼬를 트는 결과로 비화될 수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검증이 끝난 국책사업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면 올바른 결론이 나지 않을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