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모든 금융계좌를 이용할 수 있는 ‘오픈뱅킹’ 시대가 열린다. 금융 소비자는 자신이 쓰고 있는 금융 앱 하나로 18개 은행의 계좌를 조회하고 결제·송금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A은행 앱에서 B은행 잔고를 확인하고 이체 업무를 보거나, 핀테크 업체 앱으로 A·B은행 계좌를 조회한 뒤 다른 곳에 돈을 보내는 일이 모두 가능해진다. 은행 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핀테크 기업과 금융회사가 동등한 조건에서 ‘무한경쟁’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은 20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힐 컨벤션에서 ‘오픈뱅킹 진행 현황 및 일정 설명회’를 열고 오는 10월 오픈뱅킹을 시범 실시한다고 밝혔다.
12월부터는 은행권의 오픈뱅킹이 전면 시행된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축사에서 “오픈뱅킹이 본격화되면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혁신 금융서비스가 더욱 많이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뱅킹은 은행들이 별도 운영하던 결제·송금망을 제3자에게 개방하는 ‘공동결제시스템’을 지칭한다.
그동안 토스와 카카오페이 등 일부 핀테크 업체는 각 은행과 일일이 제휴를 맺고 결제·송금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앞으로 오픈뱅킹 시스템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이용하게 되면 인터넷전문은행 등 18개 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서로 조회·이체 기능을 공유하게 된다. 별도 제휴를 맺지 않아도 오픈뱅킹 시스템에 접속한 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하나로 묶이게 되는 셈이다.
대신 금융 당국은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 우려가 있는 업체나 기본 자격에 미달하는 기업을 오픈뱅킹 이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오픈뱅킹 시스템에 저축은행, 상호금융조합 등 지급결제 기능이 있는 금융회사를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오픈뱅킹 이용 수수료는 현재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다. 토스 등 핀테크 기업이 은행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수료는 건당 400~500원 수준이었다. 이를 40~50원으로 대폭 내리겠다는 게 금융 당국의 계획이다. 핀테크 업체의 비용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취지다. 다만 수수료 액수는 은행권 실무협의를 거쳐 금융결제원 이사회에서 확정된다. 또한 금융 당국은 오픈뱅킹을 전면적으로 시행하기 전에 핀테크와 은행 앱의 보안 취약점을 집중 점검한다.
금융권에서는 오픈뱅킹 도입으로 고객의 ‘손길’을 붙잡기 위한 은행과 핀테크 업체의 경쟁이 뜨거워질 것으로 내다본다. 앱 하나만으로 모든 은행의 결제·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쉽고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앱으로 고객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객 확보를 위해 은행과 핀테크 업체 간 협력 시도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