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지만 적신호가 사라진 건 아니다. 고위험가구의 채무상환능력은 전년보다 나빠졌고, 개인사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상승했다. 도소매, 숙박음식업종 자영업자들은 대출이 소득의 배를 뛰어넘어 3배에 육박하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의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계부채는 1분기 말 현재 1540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9% 늘었다. 증가세가 둔화했음에도 가계빚은 가계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실정이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 1분기 158.1%로 추정됐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1.9% 포인트 오른 것이다.
이 가운데 자영업자들의 대출 잔액은 636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말(624조3000억원)보다 12조1000억원 증가했다. 개인사업자대출 규제 시행 이후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세도 꺾인 편이지만, 한은은 “업황 부진이 두드러진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도소매업 자영업자들의 소득 대비 대출 비율(LTI)은 2017년 239.4%에서 지난해 294.4%로 훌쩍 뛰었다. 숙박음식업 LTI는 이 기간 222.1%에서 255.3%로 올랐다.
한은은 채무상환능력이 취약한 ‘고위험가구’가 지난해 현재 29만8000가구라고 추산했다. 고위험가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자산대비부채비율(DTA)이 100%를 초과해 자산매각을 통한 부채 상환이 어려운 가구를 의미한다. 이들의 DSR과 DTA는 전년보다 높아지는 추세다. 한은은 “자영업 가구의 대출 건전성 제고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업들의 현실도 녹록지 않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운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의 비중은 지난해 32.1%로 2017년보다 2.4% 포인트 상승했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의 비중은 2010년(26.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조선(54.9%) 자동차(37.8%) 숙박음식(57.7%) 등의 비중이 높았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이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