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이상 특례제외업종 중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준비가 덜 된 기업에 3개월의 계도기간이 주어진다. 당장 신규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 전국 31개 노선버스 업체와 단위기간(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가 필요한 기업 등이 대상이다. 주52시간 근무제 적용은 다음 달에서 10월로 미뤄진다. 지난해 3월 주52시간 근무제가 국회를 통과한 이후 1년이 넘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일부 기업과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컨벤션룸에서 전국 기관장 회의를 열고 다음 달부터 주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될 예정인 일부 기업에 선별적으로 계도기간을 주기로 했다. 다음 달에 주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는 기업은 종업원 300인 이상인 특례제외업종이다. 300인 이상 기업은 지난해 7월부터 주52시간 근무제를 시작했는데, 기존에 연장근로 한도를 제한받지 않았던 특례업종에서 빠지게 된 21개 특례제외업종에 한해 1년간 적용을 유예했었다. 보관 및 창고업, 금융업, 방송업, 육상운송업 중 노선여객자동차운송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300인 이상 특례제외업종에 해당하는 기업은 1047곳이다. 이 가운데 주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근로자가 한 명이라도 있는 기업은 125곳이다. 11.9%의 업체가 당장 열흘 후 시행될 주52시간 근무제를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선버스 업체가 그렇다. 당장 신규 인력을 추가 채용해야 하고 기존 인력 임금협상, 운임 인상 등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주52시간 적용을 두 달 앞둔 지난 5월에야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국 버스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었다. 이 때문에 노선버스업계는 시점을 늦춰 달라고 요구해 왔다.
고용부는 노선버스 업체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9월까지 계도기간을 주기로 했다. 이 장관은 “실제 운임 인상까지 기간이 필요하거나 근무체계 개편 또는 신규 인력 채용이 진행 중인 노선버스 업체가 대상”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3개월 동안 요금 인상을 확정짓고 임금·단체협상도 마무리하겠다. 교통안전공단의 기사 양성 및 배출도 확대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예견됐던 문제를 1년 동안 방치하다가 뒤늦게 해결하겠다고 나선 꼴이다.
단위기간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 도입이 필요한 기업도 계도기간 혜택을 받는다. 정부는 탄력근로제 적용 단위를 현재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었다. 하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입법 지연으로 주52시간 근무제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된 기업에 일부 예외를 인정해주겠다는 게 정부의 취지다. 이 경우 계도기간도 탄력근로제 입법·시행 때까지로 잡았다. 선택근로와 재량근로, 탄력근로 등 유연근로제를 도입하려고 노사 협의를 진행 중인 기업도 3개월간 계도기간을 얻게 된다.
한편 내년 1월 50인 이상~300인 미만 기업의 주52시간 근무제 적용을 앞두고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고용부는 ‘노동시간 단축 현장지원단’을 신설키로 했다. 주52시간 근무제 대상 업체를 밀착 지원할 계획이다.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금융업 내 일부 업종에도 재량근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 장관은 “금융투자 분석, 투자자산 운용 등에 대해 전문성, 재량성, 재량근로 적용 관련 현장의 요구 등을 고려해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전성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