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자살 추정 권총 2억1300만원

입력 2019-06-21 04:03

네덜란드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권총(사진)이 경매에서 2억원이 넘는 금액에 낙찰됐다. 이 권총은 ‘미술 역사상 가장 유명한 무기’로 불려왔다.

프랑스 경매 업체가 19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진행한 경매 결과 19세기 말 제작된 벨기에산 회전식 권총이 16만2500유로(약 2억1300만원)에 낙찰됐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감정가의 세 배에 달하는 액수다. 낙찰자는 익명의 미술품 수집가다. 원소유주는 고흐에게 권총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진 파리 근교 오베르쉬르 우아즈에 있는 여관 주인의 후손들이다.

이 권총은 고흐가 1890년 7월 오베르쉬르 우아즈에서 생을 마감하기 위해 자신을 향해 쏜 총인 것으로 추정된다. 고흐가 숨진 뒤 그의 가슴에서 발견된 실탄이 해당 권총의 구경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후 권총은 70여년간 오베르쉬르 우아즈의 한 야산에 묻혀 있다가 한 농부에게 발견됐다. 경매사 아트옥션은 “고흐가 이 권총을 사용했다는 것을 확신할 순 없지만 정밀조사 결과 그의 사망 시점과 권총이 묻혀 있던 시간이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두 소년이 오베르쉬르 우아즈에서 권총을 갖고 놀다가 실수로 실탄을 발사해 인근에 있던 고흐가 숨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주장을 다룬 영화 ‘영원의 문(At Eternity’s Gate)’을 연출한 영화감독 겸 화가 줄리언 슈나벨은 “고흐가 오베르쉬르 우아즈에서 지낸 80일간 그림 75점을 남길 정도로 활발한 작품활동을 했는데 자살했을 리 없다. 당시 그는 우울증을 앓지도 않았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이번 경매를 두고 세계적인 거장의 죽음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반 고흐 기념관은 전날 성명을 내고 “권총의 어떤 흔적도 고흐의 죽음과 연관돼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경매는) 그의 비극을 상업적으로 악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한 반 고흐는 후기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다. 주요 작품으로는 ‘해바라기(Sunflowers)’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밤의 카페(The Night Cafe)’ 등이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