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라 안방극장 찾는 정치 드라마… 과제는 ‘쉽고 재밌게’

입력 2019-06-21 04:09 수정 2019-06-23 18:48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정치 드라마가 연이어 브라운관을 찾고 있다. 정치라는 묵직한 소재를 쉽고 재밌게 전하는 게 이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사진은 국회의원 보좌관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보좌관’(JTBC)의 극 중 장면. 스튜디오앤뉴 제공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정치 드라마들이 연이어 안방극장을 찾고 있다. 올바른 정치에 대한 시청자들의 갈망에 발맞춘 현상이다. 정치라는 묵직한 소재를 쉽고 재밌게 풀어내는 게 제작진에게 주어진 과제다.

정치 드라마는 이따금 얼굴을 비췄었다. 대부분 ‘제5공화국’(MBC·2005), ‘대물’(SBS·2010)처럼 역사적 사실이나 대통령 등 굵직한 이야기를 다룬 극들이었다. 최근엔 소재가 훨씬 다채로워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종영한 ‘국민 여러분!’(KBS2)은 한 사기꾼의 국회의원 출마기를 코믹한 톤으로 다루며 사랑받았었다. 지난 14일 첫 전파를 탄 ‘보좌관’(JTBC)도 마찬가지. 스포트라이트 중심에 선 국회의원이 아닌 뒤에서 그들을 물심양면 보좌하는 보좌관을 메인에 세웠다.

10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이정재가 출중한 보좌관 장태준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보좌관의 삶은 물론 국회 속 치열한 수 싸움과 바른 정치에 대한 고민들을 다큐멘터리처럼 담아내며 호평받고 있다. 4%(닐슨코리아)대 시청률로 산뜻하게 첫발을 뗐다.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된 환경부 장관의 이야기를 담은 ‘60일, 지정생존자’(tvN)의 극 중 장면. tvN 제공

다음 달 1일 첫 전파를 타는 지진희 주연의 ‘60일, 지정생존자’(tvN)도 독특한 설정에 기반을 둔 정치극이다. 동명의 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했다. 폭탄 테러로 국무위원 중 유일한 생존자가 된 환경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하반기 방송 예정인 송승헌 주연의 ‘위대한 쇼’(tvN)는 제목처럼 전 국회의원이 국회에 다시 입성하기 위해 한바탕 쇼를 펼치는 과정을 담는다.

정치 드라마가 때아닌 열풍을 맞게 된 이유는 뭘까. 다양한 이야깃거리 발굴을 위한 노력의 하나면서 현실 정치에 지친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들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신선한 이야기를 찾는 과정에서 시의성이 큰 정치 쪽에 시선을 두게 된 것”이라며 “팍팍한 삶으로 인해 커진 대중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편성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찮다. 정치를 극적으로 재밌게 풀어내는 게 관건이다. 그간 정치 드라마가 기피돼왔던 이유는 정치 이야기가 브라운관에서 선보이기엔 무겁고 진입장벽 또한 높은 장르였기 때문이다. ‘보좌관’의 곽정환 PD도 지난 13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고민이 많이 됐다. 연출 면에서 스피디하고 재밌게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보좌관’은 이런 숙제들을 잘 풀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복잡한 속사정을 쉽게 전달하기 위한 여러 시도들을 찾아볼 수 있다. 국정감사 등 무거운 이야기들이 이어지지만 한 회마다 한 사건씩 집중해 풀어내며 난해함을 덜었다. 해설 격의 대사를 꼼꼼히 배치해 피로감을 줄인 점도 눈에 띈다.

공 평론가는 “최근 정치극들은 무작정 심각하기보다는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재밌게 그려낸 장르물 같은 느낌을 준다. 끝까지 집중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중요할 것”이라며 “정치가 더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닌 시대인 만큼 정치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